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Jan 11. 2022

에세이에 진심입니다.

마음을 채우는 나만의 방법

예민한 편이라는 것은 성장하면서 자주 깨닫게 됐다. 나는 기분이 나쁜 일이 상대에게는 사소한 일이라는 , 다른 사람들은 그냥 넘기는 일이 나는 불편해진다는 것을 알고 나는 생각보다 많이 예민한 사람이구나, 하게 됐다. 어려서 만난 친구들은 이런 나를 이해해주었지만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반은 이해하고, 반은 어려워했다. 웃는 얼굴로 상대를 대할수록 상대는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쩐지 벽이 있는  같아, 어려워, 거리감이 느껴져, 라는 말을 종종 들으며 살았다. 그러다 보니 예민하고 소심한 나는 자꾸 마음의 문을 닫게 됐다. 별일 아닌 것을 별일처럼 느끼는 성격이었으므로.


마음이 지친 날 서점엘 가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적어 내려간 먼저 살아온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힘이 됐다. 그래, 이렇게 살아도 괜찮잖아. 나만 유난스러운  아니잖아. 이상한  아니잖아, 하는 마음이 들 때면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매한 사람들과 애매하게 보낸 시간보다도 서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이십 대 때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나에게 '나도 그래'라는 말을 건네는 글을 훑어보며 위안을 삼는 일이  좋아지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에세이가 좋다.  사람의 삶이 소소하고 담백하게 담긴 에세이를 좋아한다. 화려하고 대단한 성공담보다는 좌절하고 실패하고, 그래서 다시 일어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가 좋고, 당당하고 할 말은  내뱉는 그런 글보다는 나처럼 예민하고 소심하고, 사람 만나는 어쩐지 어려워하는 그런 글들이 좋다. 그런 글을 읽으면 작가와 대화하는 기분이다. 그랬군요, 힘들었겠다, 저도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하며 서로 위로해주는  같아서 좋다. 내면의 대화가 때로는 어설픈 상담보다 훨씬 효과적임을  순간 깨닫는다.


어제도 도서관엘 가서 자연스레 에세이 코너로 향했다. 좋아하는 남궁인 작가의 <제법 안온한 날들>을 찾다가 그만 다른 책들도 두어 권 빌리고 말았다. 지난주에 구매한 에세이도 다 읽지 못했는데 욕심을 내어 보았다. 그래서 지금 곁에는 꽤 많은 에세이집이 쌓여있다.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작가들의 글을 한 데 모아 보니, 내 마음이 참으로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음이 보인다. 지금 꽤나 진지하게 내 안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각기 다른 작가의 에세이집을 곁에 놓고 생각한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틈틈이 책을 읽고 글도 써보자고. 그러면서 그들을 차근차근히 만나보자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수시로 그들과 대화하다 보면 지난 세월 동안 내 안에 쌓인, 나는 알지 못하는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을 거라고. 그러면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불안한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니 얼른 글을 읽고 싶어 진다. 마침 앞부분을 조금 읽은 <엄마는 카페에 때수건을 팔라고 하셨어>가 당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곧, 이슬아 작가를 만나러 가야지.




일주일 후, 나는 조금 더 행복해져 있을 예정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래도, 1월엔 새해 계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