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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26. 2022

마음을 그림으로 담는다는 것

브런치북에 손그림을 넣고 싶어서

매거진 <한 줄 시를 적어볼까?>에 글이 꽤 많이 쌓였다. 육아의 순간들을 짧게나마 기록하고 싶어 시도, 에세이도 아닌 애매한 것들을 적기 시작했는데 그게 벌써 70개가 넘었다. 아이를 키우며 느꼈던, 혹은 일상을 보내며 기억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고작 70개뿐이 안되나 싶다가도 그 빠듯한 하루하루 속에서 그만큼이나 글로 담아냈구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뿌듯하기도 하다.


무튼 이번 1월의 목표는 그 매거진의 글을 몇 개 골라서 '브런치 북'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욕심이 하나 더 생겨버렸다. 바로 요새 틈틈이 하고 있는 '드로잉'을 활용해 사진 대신 내가 직접 그린 그림을 넣고 싶은 것. 가끔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 중 작가가 직접 그린 것 같은 그림이 곁들여진 글을 보면 부러웠던 적이 많았다. 잘 그리든 못 그리든 내 글에 손수 그린 그림을 넣는다면 뭔가 더 의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언젠가 한 번 꼭 나도 해보리라 벼르고 있었다.


마침 1월에 여유가 생겨 시간을 쪼개 그리고 있는데 내가 나름 꼽은 14개의 글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글도 어렵지만 그림은 더 어렵다. 단순하면서도 귀엽고 임팩트가 있게 담아내고 싶은데 아무리 내 글을 읽고 읽어도 그 느낌을 손'으로 '그려서' 표현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몇 번 시도하다가 부끄러운 마음에 비공개 글로 잠가 버린 것도 꽤 된다. 새삼 창작을 업으로 삼는 분들에 대한 존경까지 다시금 피어오른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된다. 그림이 안되면 적당한 사진을 찾아 출처를 밝히고 올린 후 발행하면 된다. 그러면 내 이름을 단 육아 이야기가 발행되는 것이니 애초의 목표에 다다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의 꼬장꼬장한 성격은 그놈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붙들고 있다. 조금만 연습하면, 조금만 더 생각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그린 그림에는 이야기 하나라도 더 담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내 글을 보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금 한 달 가까이 멈춰있는 상태로 머물러 있다.


나는 날 아주 잘 안다. 아마 끝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원하는 대로 기어이 하고야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놓지 못할 것이라면 심리적 마감 기한을 좀 늘려보기로 한다. 애초에 1월에 완성하겠다는 것도 내 욕심 중 하나였다. 1월은 새로 시작하는 달이니까 그때 새 브런치 북을 발행하면 좋겠다, 생각한 것이 사단을 만든 것. 그러니 조금 더 여유롭게 마음을 먹어보는 것이다. 1월엔 연습, 2월에 좀 더 보충해서 2~3월 안에 꼭 발행해 보는 것으로 편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 데다 나 즐겁자고 하는 일이니 최대한 덜 힘들게 해 보기로, 한다.


그림이라는 게, 글이라는 게 그리고 싶다고, 쓰고 싶다고 뚝딱 써지는 것이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그전까지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해 보겠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쌓아 나가면 분명 봄이 오기 전에 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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