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도 자란다.
세상을 그리는 너의 손에
알록달록 물감이 쥐어진 날
이상한 기분이 들더라.
어느새 이렇게 커서
사촌 언니나 할 법한
색칠을 해 내는 것인지
기특하면서도 뭉클하더라.
고사리 같은 네 손가락에
서툴게 끼워졌던
크레파스가
뽀로로 색연필이
뭉툭한 크레용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능숙하게
물감을 짜내서
원하는 색을 만들어 낼 줄 아는
너를 보니
새삼 지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더라.
네가 자란 것처럼
네가 할 놀이도
자란다는 것을
생각도 못한 나는
이제는 뭉툭해져 쓰지 못할
크레파스를 담다가
그만 울컥해
뒤 돌고 말더라.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흐르고
너는 자라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마음으로 느꼈더라.
그렇게 우리 둘 다
다섯 살이 됐음을
깨달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