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히 잠든 너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슬며시 방을 나선다.
캄캄한 거실을 지나
조그만 서재로 가서
잠에 취해 버린 머리를 깨운다.
지이잉-
노트북도 잠을 깨는 동안
물컵에 한가득 물을 담는 동안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린다.
새벽 1시.
모두가 잠을 자는
고요와 적막만이
주위에 가득 차오르는
그 시간에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른 퇴근과 집안일로 미처 하지 못한 일
회사에서 정리하지 못한 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가아끔 중요한 서류 처리 같은 일
도통 손에 안 잡힐 때는
가만히 노래를 틀어
마음을 토닥인다.
미루면 내일의 일이 되고
또 미루면 결국 마음의 짐이 된다고.
그러니 지금 조금 힘을 내어보자고.
손깍지로 긴장을 풀고
허리를 곧추 세우며
타닥타닥 타닥타닥
일을 시작한다.
혹시나 네가 날 찾을까
불안함 마음에
온 신경은 너에게 가 있지만
데드라인의 무게감이
어쩔 수 없이
나를 책상에 묶어둔다.
결국 다 끝내지 못해
무거워진 마음과 몸을 이끌고
조용히 네 옆에 눕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만히 숨을 고르면
뒤척이다 내 곁으로 온 네가
품 속으로 파고든다.
따뜻한 네 온기는
차가워진 내 발끝에 닿아
평안을 선물한다.
긴장된 모든 것들이
스르르 무너지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photo by Bruno Fernandez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