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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Feb 20. 2022

새벽의 온기

곤히 잠든 너를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슬며시 방을 나선다.


캄캄한 거실을 지나

조그만 서재로 가서

잠에 취해 버린 머리를 깨운다.


지이잉-

노트북도 잠을 깨는 동안

물컵에 한가득 물을 담는 동안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린다.


새벽 1시.

모두가 잠을 자는

고요와 적막만이

주위에 가득 차오르는

그 시간에


다시 일을 시작한다.


이른 퇴근과 집안일로 미처 하지 못한 일

회사에서 정리하지 못한 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

가아끔 중요한 서류 처리 같은 일


도통 손에 안 잡힐 때는

가만히 노래를 틀어

마음을 토닥인다.


미루면 내일의 일이 되고

또 미루면 결국 마음의 짐이 된다고.

그러니 지금 조금 힘을 내어보자고.


손깍지로 긴장을 풀고

허리를 곧추 세우며

타닥타닥 타닥타닥

일을 시작한다.


혹시나 네가 날 찾을까

불안함 마음에

온 신경은 너에게 가 있지만

데드라인의 무게감이

어쩔 수 없이

나를 책상에 묶어둔다.


결국 다 끝내지 못해

무거워진 마음과 몸을 이끌고

조용히 네 옆에 눕는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가만히 숨을 고르면

뒤척이다 내 곁으로 온 네가

품 속으로 파고든다.


따뜻한 네 온기는

차가워진 내 발끝에 닿아

평안을 선물한다.


긴장된 모든 것들이

스르르 무너지는 순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잠이 든다.




photo by Bruno Fernand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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