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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Feb 26. 2022

짜장면과 케이크

꽃다발 대신에 이런 것도 괜찮아

화려한 꽃다발도

성대한 졸업식도

네 재롱을 눈 안에 한 껏 담는 것도

친구들과 맛있는 걸 먹으며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일 년을 돌이키는 것도


지금은 할 수 없지만


꽃다발 대신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에

후식으론 네가 좋아하는 케이크와

친구들이 없는 자리엔

엄마,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함께하면


비록 박수 짝짝 받으며

축하받진 못해도


그래도 괜찮잖아.

어쩔 수 없지만

그래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나름 소박하고

행복하게 깔깔거리는

졸업식도 괜찮아.


주인공이 충분히

행복했으면

그걸로 충분해.


그럼, 그걸로 된 거야.




2월 24일은 아이의 졸업식이었다. 이제 다섯 살이지만 처음 갔던 기관에서의 졸업식이어서 나름 설렜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미크론 때문에 일주일 전부터 어린이집이 하 수상하더니 결국 당일 원내 확진 아동이 발생하면서 분위기는 심각하게 전환되었다.


기억도 하지 못할 시기라 엄마 욕심일 수 있지만 그래도 1년 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작별의 인사는 충분히 나누길 바랐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데다 괜스레 불안해진 마음에 회의가 끝나자마자 데리고 왔다. 간식도, 점심도 먹지 못한 녀석이 시무룩한 것 같아 조마조마한 차에 순간 번뜩, 짜장면이 생각났다.


아주 오래전 나의 졸업식은 짜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꼭 졸업식에 참여한 엄마, 할머니와 함께 학교 앞에서 비싼 돈을 주고 산 꽃다발을 안고 사진을 찍고 나서는 반드시 짜장면 집에 갔다. 보통 배달시켜먹던 그곳에 가면 중국집 특유의 끈적함이 우리를 반겼다.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는 동안 졸업, 듣기만 해도 애틋해지는 그 이름을 서로 나누며 이제는 중학생이 되니 잘해야 한다, 이제는 고등학생이 되니 잘해야 한다, 이제는 성인이니 잘해야 한다와 같은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내가 한 단계식 졸업할 때마다 엄마는 뭔가 해방된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이제 조금씩 당신의 손을 벗어난다는 자유, 해방, 그런 느낌?


짜장면과 짬뽕, 중에서 졸업식엔 단연코 짜장면이었는데 나는 또 짜장면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꼭 간짜장으로 시켜 탕수육과 먹으면 그렇게 맛이 있을 수가 없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무한의 자유가 주어지는데 그 역시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 느낌을 아이에게 고스란히 주고 싶었다. 졸업식엔 짜장면이야,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걸 먹고 하는 거야, 왜냐면 그동안 고생했으니까, 하면서.


다행히 달달한 짜장면을 좋아하는 녀석은 노래를 부르며 곧잘 먹어주었다. 달달한 짜장면이 입 안으로 들어가 목구멍을 스칠 때, 흐음~ 하며 콧노래를 불렀던 것도 같다. 두 그릇이나 먹어 놓고선 저 좋아하는 케이크를 기다리는 폼이 너무나 귀여워 그만 웃고 말았다.




그래, 그래, 오늘은 네 졸업식. 네가 가장 행복하고 뿌듯할 날이니까.

대신 오늘의 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마음을 잘 간직한 채,

일주일 뒤에  유치원도  다닐 수 있길.

그뿐이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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