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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21. 2022

선택적 공감능력

먹을 것을 좋아하면 이렇습니다.


나른한 오후였다.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녀석에게

청소를 도와주면 아이스크림 하나 주겠노라고 꼬드긴 참이었다.


물티슈 두장 뽑고 열심히 바닥의 얼룩을 지우던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말한다.


"엄마, 바닥은 속상하겠어. 이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못 먹잖아."


바닥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도 귀여운데, 거기에 공감까지!

사랑스러웠지만 왠지 놀리고 싶어, 그럼 네 것을 주라고 답하니

아무 말하지 못한다.


그렇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먹지 못하는 모든 사람의 속상한 마음을 알아주지만

아직 제 것을 온전히 나누어주지 못한다.


이것은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는

선택적 공감능력일 게다.

그럼에도 그게 너무 웃겨 그림으로 남긴다.


선택적 공감능력.



우리 딸은 아직 어리니

조금씩 그 선택의 폭의 넓어지길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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