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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22. 2022

데자뷔

엄마의 엄마와 딸의 딸이 겹쳐지는 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또 눈물바다.


유치원 다니면서 낮잠 시간 없어지니 힘든 건 알겠는데

병원 가는 순간부터 집에 오는 순간까지,

밥 먹고 잠드는 순간까지

마음에 안 들 때마다 소리 지르며 울고

징징거리다 제 성에 안찬지

급기야 장난감을 발로 찬다.


가뜩이나 정리 안 해서 힘들어 죽겠는데

2주째 목소리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아 걱정돼 죽겠는데

쌓인 설거지, 밀린 빨래 마무리하는 중에

생떼까지 더해지니 미칠 노릇이다.


결국 하지 마, 울지 마, 정리해, 똑바로 앉아, 모진 말, 모진 표정 쏟아내니

그 모습에 놀라고 무서운 녀석이 눈물 한 바가지 쏟아내고 끝났다.


잠들기 전에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데

내복이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운 녀석이 안쓰러워

너무 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마음이 모질지 못해 큰일이다.


귀한 자식은 더욱 엄하게 키우라던

친정 엄마의 한 마디가 귓가에 아른거리는 날.


어린 시절, 엄마한테 크게 혼나고 울다가 잠들면

꼭 잠결에 끌어안아주던 엄마의 숨결이 기억나는 날.


소리 내어 울던 녀석은 어느새 깊이 잠들고

뒤척임 끝에 서재로 나와

무거워진 마음,

숨죽이며 글로 다독이는 밤.


수십 년 전 우리 엄마도

이랬을까 싶어

문득 엄마가 보고 싶은,

그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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