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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21. 2022

노점 김밥

값싸고 맛있는 최애 메뉴


최고의 분식 러버로 본다면 지금 살고 있는 동네는 100점 만점에 20점짜리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좋아하는 김밥이나 떡볶이를 제대로 하는 집이 없기 때문이다. 감탄 떡볶이, 버무리, 바사삭, 마성 떡볶이 등의 분식집이 있기는 하지만 내 입에 꼭 맞진 않다. 게다가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값이 생각보다 비싸서 간단한 한 끼로서의 매력도 사실 없다. 가성비가 괜찮은 편의점 김밥을 울며 겨자 먹기로 먹는 상황이었던 내게 운명처럼 '김밥'집이 다가왔다.


지하철 역 앞에 노점 김밥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평소 무심코 지나치는 곳인데 그날따라 한 번 사 먹고 싶었더랬다. 그런데 웬 걸 퇴근길에 밑져야 본 전인 마음으로 산 참치김밥 한 줄이 마치 친정 엄마가 싸준 김밥처럼 맛이 좋았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 속을 편하게 해 주었고 당근과 오이가 잘게 채 썰어서 들어가 있어 아삭아삭 씹는 맛도 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우엉이 큼직하게 들어가 있는 것도 좋았다.


참치김밥의 참치에 마요네즈가 범벅되지도 않았고, 소시지 김밥이면서도 좁쌀만 한 소시지가 들어있지 않았으며 거기에 가격의 메리트가 확실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요새 어딜 가서도 먹을 수 없는 3,000원이란 가격에 썩 괜찮은 기본 김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큰 장점이자 경쟁력이니까.


한 번 맛에 빠지니 휘몰아치듯 빨려 들어갔다. 각종 김밥을 다 정복할 마음으로 매일 같이 방문하곤 했다. 그마저도 13:00-16:00시까지 잡힌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몇 번 허탕 치기도 했지만.


꽂혔다. 김밥에.

오늘도 참치 김밥과 일반 김밥 하나를 포장해 와서 집에서 단숨에 먹어버렸다. 이런 김밥집 정말 오랜만이라 신난다. 내 일은 뭘 사다 먹을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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