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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pr 22. 2022

나만의 도시락을 만들고픈 이들에게

브런치 북이 메인에 소개된 날, 어머! 이건 꼭 써야 해!(2)


갑자기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바빠서 요 며칠 제대로 글을 올리지 못했는데, 아주 갑자기 브런치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 전에 올린 김밥 글 때문인가 싶어 들어가 보니 아니었다. 몇 달 전에 발행한 나의 첫 브런치 북 <도시락이 좋아서>에 '라이킷'이 달렸던 것이었다.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수십 개가! 보통 발행한 지 오래된 글이나 브런치 북을 들어가 보는 일은 거의 없다. 검색을 해서 들어가지 않는 이상. 궁금했다. 잠시 일을 멈추고 '원인'을 찾아보았다. 왜? 왜? 왜!?


유심히 살펴보니 유입경로는 '브런치'. 냉큼 브런치 홈을 새로고침 했다. 그러자, (휴대폰 앱 기준) 브런치 메인 화면, 가장 첫 번째 페이지에 나의 브런치 북 <도시락이 좋아서>가 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수십 차례 울리던 알람은 바로 내 첫 브런치 북이 홈에 오픈되었기 때문이었다. 2021년 7월부터 10월 경까지 도시락을 싸며 겪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묶은 그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고, 라이킷을 받고 있었다.


다양한 수식어를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그런 표현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정작 내게 닥친 '깜짝 놀랄'일에 대한 수식은 어렵다. 브런치 홈에 내 브런치 북이 보이고 내 필명이 보이는 순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믿기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정말? 진짜? 하는 마음으로 다시 새로고침. 그리고도 떠 있는 게 신기해서 캡처해보고 또 새로고침!! 그렇게 내가 새로고침을 하는 중에도 계속 라이킷과 구독 알람이 오고 있었다. 진짜였다. 정말로 내 책이 메인에 노출된 것이다.


몇 달 전. 브런치 홈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글을 쓴 적 있다. 비록 메인은 아니지만 홈에 노출된 것 자체가 너무 좋아 여중생들 손뼉 치며 까르르 좋아하는 듯이 신나 글을 썼더랬다. 며칠 후 조회수도, 구독자도, 라이킷도 늘지 않는 걸 겪으며 괜스레 속상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 '이번엔 브런치 메인에 한 번?'이란 생각을 해 왔다. 어느 날 문득, 소리 소문 없이 홈에 노출되어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내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닌지라 마음을 비워야 하는데도 어리석은 나는 자꾸 미련을 두고, 마음을 품고, 그렇게 혼자서 괴로워했다.


기다림에 지쳐, 업무에 치여 잊고 있던 차였다. 브런치에 새로운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만 먹고, 프롤로그 같은 글들만 몇 개 던져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새벽 다섯 시 기상을 하자 새벽 여섯 시에 눈을 뜨는 딸 때문에 아침 글쓰기 패턴이 완전히 깨져버린 상태였다. 글쓰기엔 정신없고 하루가 버거운 일상의 연속. 집으로 가는 지하철이 아니라면 멍 때리는 시간조차 사치로 여겨질 만큼 바쁘고 바쁜 나날들.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시간이 도통 나지 않는 나날들을 겨우 겨우 버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방전될 것 같은 건전지를 껴 놓은 내게 오늘의 일은 아주 큰 의미로 다가왔다. 먼저 수십 개씩 달리는 라이킷에 울리는 진동소리는 내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정작 자기 글은 제대로 쓰지도 못한다는 자괴감에 힘들어하던(부정적인 기운을 뿜던) 내게 내면의 힘을 준 것. 그리고 중간중간 달리는 댓글은 감동을 주었다. 일 하면서 확인하느라 빠르게 댓글을 달지 못했지만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내 글을 재밌다고 해준 분, 도시락의 매력을 느끼고 가는 분, 그리고 김밥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분 모두, 감사했다. 진심으로. 마지막으로 지금도 도시락을 싸고 있는 내가 뿌듯하게 느껴졌다. 힘들어서 포기하려던 찰나를 붙잡은 내가 기특했다. 곧 도시락 1주년이 되면 기념사진과, 글과, 그림을 만들어 볼까? 어쨌든 힘도 들고 품도 들어도 도시락을 싸는 스스로가 굉장히 대견하다.




도시락을 싸면서, 도시락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마음' 편한 밥을 먹을  있다는 것이었다. 90% 내향형인 내가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먹을  있고 즐길  있다는 것은 실로  즐거움이었다. 운 좋게도 새 옮긴 곳에서도 괜찮은 장소를 발견해 근 한 달째 편하게 밥을 먹고 있다.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싸게 되는 도시락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특히 점심시간만이라도 업무에서,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시락을 추천한다. 아주 강력하게!


귀찮아도 억지로 싸는 도시락이 어느 순간 좋아서 싸는 도시락이 될 테니.

도시락이 좋아서, 점심을 기다리게 될 테니.




언제 내려갈지 모르는 내 첫 브런치 북 <도시락이 좋아서>

언제든 환영합니다. 함께 해요.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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