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May 09. 2022

네 번째 팔레트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림동아리

어쩐지 그림보다는 손글씨 쓰는 게 더 편하고 좋은...

동아리 활동을 한다 했었다. 소모임이라 칭했지만 사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림 동아리 활동이다. 동아리 개설에 대해서는 참, 할 말도 많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 털어놓아 보리. 아무튼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가장 좋은 동아리는 '교사'가 편하게 운영할 수 있는 동아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즐거울 수 있는 동아리.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동아리.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동아리 활동이 모두에게 편안한 동아리.


마침 그림을 좋아하는 녀석들 11명을 모집했고, 3월부터 지금까지 총 네 번째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종이에 색연필로 그리는 아이, 종이에 6B연필로 그리는 아이, 아이패드에 애플 펜슬로 그리는 아이. 모두 각양각색인데 말없이 제 자리에 앉아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원 없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참 예쁘다.


그림 전공자도 아니고 취미로 그리는 그림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지도 않은 나와 함께 해주는 친구들이 고맙다. 총 11명의 친구들이 그린 그림을 이곳에 다 올릴 수는 없지만 (따로 패들렛이란 공간에서 모으고 있다.) 매 순간 보며 힐링하고 있다.


지금도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고 있고 나는 그림과 글을 쓰고 있는데 몇 달 만에 팬슬로 그림을 그리려니 영 어색하다. 그래서 난 괜스레 멋들어진 글씨 몇 개를 끄적이곤 이렇게 글로 오늘을 기록한다.


가만히 아이들의 모습을 들여 보다 보면 나 어릴 적 모습이 생각난다. 만약, 내가 학교를 다녔던 그 시절에도 이렇게 자유로운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면 내 삶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헛헛해하다가 이내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곤 생각해본다. 내가 겪지 못했던 일들을 내가 만날 아이들에게 선사해주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학교에 학원에 공부에 갖가지 관계에 치이는 아이들에게 한 달에 두 어번 있는 이 시간이 조금이나마 힐링이 되면 어떻겠느냐고.


열한 명의 손가락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분명 우리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년 차 국어 교사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