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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17. 2022

역시 글쓰기는 어려워

투덜투덜 일기

오늘만 해도 그렇다. 아이는 잠들었고 잠시 여유가 생겨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딱 한 시간 전이다. 원래 7월에 늘 바쁜 터라 굳이 가져온 서류 작업을 마무리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마침 어제 신촌에 가는 동안 굿 노트로 작성해 놓은 나름의 개요도 있었다.


그런데 아... 정말 글이 안 써진다. 전업 작가가 된 적도 없으면서 벌써 절필할 것 같은 기분. 머릿속으로 생각은 맴도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써 나가야 할지, 망설이고 고민하다 시간만 훌쩍 흘러 가버린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쓸 작정이긴 한데 한 편을 쓰는데 이렇게 오래 걸리니 매 순간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엄청 필력 좋게 잘 쓰는 것도 아니면서 참. 이럴 때 보면 일단 시작해버리는 사람들이 부럽다. 난 여기서도 고민, 고려, 신중하다가 한 편을 제대로 끝마치지도 못하니. 쩝. 


요새 내가 자주 보는 네이버 웹툰 중에 <나의 작은 서점>이란 작품이 있다. 방송작가인 여자 주인공이 사실 어려서부터 글을 쓰는 '작가'를 꿈꿔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지만 쓴소리만 잔뜩 듣고 결국 방송국에 취업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던 중 우연히 발견하게 된 동네 서점에서 자신의 '꿈'을 찾아나가게 된다는 힐링 물이다. 


최근에 그 서점 주인(사실 사연이 꽤나 많고 싶은)이 '책 출판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모인 동네 사람들(이하 소모 임원)에게 했던 말이 꽤 인상 깊다. "이야기를 지닌 우리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대사였는데 보면서 큰 울림을 느꼈다. 


아이들에겐 너희의 이야기가 그 자체로 '빛난다'라고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그러게 믿는다. 꾸밈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가끔 정말 무릎을 탁, 칠 정도로 뛰어날 때가 있다.) 쓰게 하면서 나 스스로는 자꾸 벽을 치고, 검열을 한다. 아무래도 '삶'의 한편, 그중에서도 직장 이야기를 꺼내는 게 어려운 것 같은데 이왕에 기록하기로 했으면 어느 정도의 용기는 필요하나, 아직까지도 어렵다. 


과연 나는 이야기를 지닌 사람인가?

내 이야기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생각 많은 죄요, 연습을 게을리한 죄다. 

이런 고민할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써보고, 개요도 한 번 더 고치는 게 낫다. 망설이다가 후회하느니 일단 저지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참, 이미 저질렀으면서도 고민하는 건 뭐냐.


역시, 직장 이야기 글쓰기는 어렵다.

그래도, 끝까지 가보는 거다.


백지 앞에서 연필만 만지작 거리는 나의 제자들에게 내가 했던 말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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