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 또옥 소리를 듣노라니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라앉더니
웬일로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가을은 저 멀리 어딘가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데
내 몸과 마음은 벌써 가을을 느낀다.
여름은 가장 바쁘고
정신이 없는 계절.
아이를 재우다 깜빡 잠이 든 채로
십여분 보내다
밥솥에 남아있는 밥,
세탁기에 덩그러니 놓인 빨래들,
책상 위에 쌓여있는 일거리가 생각나
흠칫
놀라며 눈을 뜬다.
몽롱한 정신 일깨우려
드립백 하나 뜯어
따뜻한 물을 부으니
똑, 똑, 또옥-
쪼르륵- 소리와 함께
커피 향이 금세 코끝에 맴돈다.
가장 편안한 시간
가장 무거운 일감을
해치우기 위해
진한 커피 한 잔 들고
서재로 향한다.
다시, 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