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녕 Jul 08. 2022

드립 커피를 내리며

똑, 똑, 또옥 소리를 듣노라니

후텁지근한 공기가 가라앉더니

웬일로 선선한 바람이 살갗을 스친다.

가을은 저 멀리 어딘가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데

내 몸과 마음은 벌써 가을을 느낀다.


여름은 가장 바쁘고

정신이 없는 계절.


아이를 재우다 깜빡 잠이 든 채로

십여분 보내다

밥솥에 남아있는 밥,

세탁기에 덩그러니 놓인 빨래들,

책상 위에 쌓여있는 일거리가 생각나

흠칫

놀라며 눈을 뜬다.


몽롱한 정신 일깨우려

드립백 하나 뜯어

따뜻한 물을 부으니

똑, 똑, 또옥-

쪼르륵- 소리와 함께

커피 향이 금세 코끝에 맴돈다.


가장 편안한 시간

가장 무거운 일감을

해치우기 위해

진한 커피 한 잔 들고

서재로 향한다.


다시, 출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구름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