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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Aug 18. 2022

한 밤의 커피

느끼셨나요?

어느 순간부터 아침, 저녁엔 제법 바람이 쌀쌀합니다.

옷깃을 여밀 정도가 되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가을이 다가오려고 하는 게 느껴집니다.

물론 퇴근 길엔 마스크 속으로 땀이 한가득이지만

한창 때보다는 수월해진 듯한 기분입니다.


그제는 딸 아이와 남편과 산책을 나갔습니다.

저녁밥을 후다닥 먹고

유모차 끌고 나간 산책길은 

 좋았지요.

바람은 살랑 불어오고  

해가 지며 제 흔적을 남기는 광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책을 빌려오마 도서관으로 들어간 남편을 등지고

이미 곤하게 잠들어 버린

딸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니

새삼 세월의 흐름이 느껴집니다.


오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여유인데 말이죠.

그 때는 커피 한 잔 사 먹으려고

분유에, 기저귀에, 여벌 옷에 잔뜩 담아

무거워진 유모차를 낑낑 끌며 겨우 갔었는데 말이죠.


뜨거운 여름 지나고

선선한 가을 오듯

끝 없을 것 같은 육아의 시간도

천천히 빠르게 흘러갑니다.


오늘은 커피 한 잔을 마셨지만

내일은 불판 위에 놓인 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도 있겠지요. (아직 시도해보지 못했습니다)


어느 여름 날,

저녁이었고요.

그날 저는 충분히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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