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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l 14. 2022

왜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가.


나는 왜 아이에게 화를 참지 못하는가.

왜 아이의 사소한 징얼거림이 듣기 힘든가.

왜 나는 금쪽이에 나오는 아이에게는 한 없이 다정하고 자애로우면서 

내 앞에 있는 44개월짜리 내 새끼에는 큰 소리를 내는가. 


하루에 보는 시간이라곤 아침 6시부터 7시 반까지,

그리고 오후 5시 30분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꼴랑 4시간도 채 안되면서

그 짧은 시간에 화를 냈다가 달랬다가 으름장을 놓았다가 뽀뽀를 해주었다가

난리 법석을 치는가. 


왜 나는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슴 아픈 말을 제일 많이 하는가.

왜 나는 나보다 어린아이에게 

이랬다 저랬다 내 마음대로 말을 바꾸고, 속상해서 우는 아이에게 뚝 그치지 않으면

간식을 주지 않겠다는 치졸한 협박을 일삼는가.


왜 나는 어린 시절 우리 엄마가 내게 해주었던 정성의 절반도 

내 아이에게 쏟지 못하는가.

왜 나는, 우리 엄마가 해준 음식의 반의 반도 내 아이에게 해주지 못하는가.

그래서 왜 나는, 편식이 심한 아이에게 다양한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주지 못하고

매일 같이 음식을 골고루 먹지 않는다고 다그치기만 하는가.


왜, 나는 가끔 가다가 절대 닮고 싶지 않았던 우리 엄마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가. 

심지어 아이를 꼬드기기 위해 제멋대로의 논리로 무장해

아이의 말을 듣지 않은 채 내 말만 다다다다다 쏟아내고 마는가. 


왜, 나는 매일 같이, 하루도 빠짐없이

잠들기 직전까지 죽도록 힘들다가, 잠들고 나면 불현듯 아련해져서

볼을 쓰다듬으며 괜히 훌쩍이는가.


왜, 나는 이렇게 매일 

바보 같은 엄마인가.


왜,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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