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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22. 2023

3/22 수: 요즘 아이들은

케바케, 사바사

98년 생이 첫 제자였더랬다. 당시에도 꽤 나이차이가 나는 편이라서 녀석들의 행동을 100% 이해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동료 교사와 맥주 한 잔 할 때면, “도대체 요새 아이들은 왜 그래?”라는 말을 달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수업 시간에 그게 뭐야, 예의는 밥 말아먹었나, 개념이 없네 따위의 말들을 나누며 답답한 마음을 달랬던 시절이 있었다.


그로부터 10여 년 후.


지금 가르치는 1학년은 무려 2010년 생이다. 2010년. 내가 임용고시 재수생이던 시절이자 슈스케 2에서 존박과 허각의 라이벌전이 모두의 관심을 받던 그 시절에 태어난 아이들이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 내 앞에 선 것이다. 아직은 품이 큰 교복을 입고 빳빳한 교과서를 펼친 해 내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당황스럽다. 애들과 씨름하면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흘려보낸 세월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나름 아이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교사라 자부하며 살아왔다. 적어도 1년에 한 명 정도는 내 편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담임이든 아니든 나를 좋아해 주고 따라주고, 나 때문에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메시지도 더러 받아왔다. 졸업 후, 꼭 찾아뵙겠다는 진심 어린 말에 감동받은 적도 꽤 있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금세 친해지고 소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3월 1일. 수업 자료를 준비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제일 재밌는 수업을 해야지, 싶었다. 두려움보단 설렘이, 걱정보단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런데…

개학 3주째.

첫 제자의 띠동갑인 2010년생과의 수업은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자주 목격한다. 그런데 또 그게 너무 사소한 것이라서 지적하기엔, 혹은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하기엔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했다가 꼰대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겁이 나기도 한다. 담임이라면 슬쩍 불러다가 차분히 이야기라도 해볼 텐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 불가능하니 자꾸만 눈에 거슬리는 행동만 도드라져 보인다.


가령 그런 것이다. 표준화 검사를 끝내고 난 후, OMR 카드의 오답 수정용 수정테이프를 떼어 굳이 얼굴에 점처럼 붙인다든지, 수업 종이 치고도 한 참을 있다가 수업에 들어와선 죄송하다는 말, 이런저런 사정으로 늦었다는 말 없이 자리에 앉는다든지, 수업종이 울리고 분명 내가 교탁 앞에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노크도 없이, 앞 문을 벌컥 열고 (죄송하다는 말은 당연히 없이) 친구들을 향해서 큰 소리로 생중계를 한다든지, 내가 수업을 하고 있는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같은 노래를 허밍으로 따라 부른다든지, 수업 중에 저들끼리 신나서 나는 전혀 알지 못하는 내용들을 앞뒤로 떠들며 내 목소리보다도 더 큰소리로 교실을 장악하는 것들 말이다. (더 쓸 수 있지만.. 회상을 멈추기로 한다....)


그런데 쓰면서도 너무 치졸하고 사소하다.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 그저 잔소리로 치부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내 딴에는 기본적인 예의인 건데 아이들이 느끼기엔 답답하고 지루한 잔소리일 뿐일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아예 아무 말도 안 하기는 그렇고, 말을 하자니 너무 자잘한 것까지 다 지적하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사실 예전엔 아이들이 알아서 잘 지켜주기도 했고, 설령 안 지켰더라도 이야기를 하면 최대한 노력을 해주었는데 요새는,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참다 참다 한 두 번 화를 낸 적도 있는데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저 아이들이 눈치를 더 볼뿐.


그런데 요새는 눈치도 잘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관계가 아예 틀어지기도 한다. 작년엔 내 수업 때 아예 엎어져 잠을 청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니 겁이 난다. 그냥 쿨하게 넘기면 되는데 그걸 문제 삼는 사람이 예민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미 매일매일 나는, 예만 한 사람이 되고 있다.





매일 같이 교실을 드나들면서 생각한다. 과연 수업이란 무엇이고, 교사란 무엇이며, 학교란 무엇일까. 어떠한 인연으로 나와 이 아이들이 만나서 서로 지지고 볶으며 한 해를 보내야 하는 걸까. 언제까지 나는 나보다 수십 년 어린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노력하는 소통은, 진짜이긴 할까?


사실은 나도 “요새 MZ세대는 이런 걸 좋아한다며? 하하하. “라며 쓸데없이 MZ를 따라 하는 뭇 팀장들과 같은 사람은 아닐까. 아주 사소한 무례 하나 참지 못하면서 ”너희를 다 이해하고 있다. “는 말로 아이들을 꾀는 것은 아닐까.


답 없는 고민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주변은 고요해진다.

고민만 잔뜩 남아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나는,

교무실 작은 책상 앞에 앉아

생각한다.


요즘 아이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어디까지 내려 놓아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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