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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14. 2023

3/13 월: 지금 우리 학교는

3월은 믹스 커피로 수혈 & 오늘의 기록

  개학을 했다. 길고 긴 겨울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한 지 3주 차. 아직 아이들의 얼굴이 전부 익지 않았고 얼굴도 다 외우지 못한 상태다. 몇몇 튀는 아이들의 이름이야 단박에 외웠지만 조용하고 얌전한 대다수의 이름은 아직이다.


  방학 동안 커피와 라면을 진심으로 끊었었더랬다. 아프고 나서 정신 차리고 두 달 정도는 차로 위를 달래곤 했는데- 개학하니 불가능이다. 3월 2일 첫날부터 빵빵! 사건 사고가 생기는 터에 믹스커피 한 잔 타서 먹기 시작하니 끝이 없다. 다행히 하루에 한 잔을 넘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애들이 힘들게 한다고 내 몸까지 힘들게 하지 않기!


  해마다 느끼는 것. 연차가 쌓이는 만큼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10년 전과 지금의 나는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들을 둘러싼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서- 그 차이에 깜짝 놀라곤 한다. 부쩍,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아주 예전에- 담임을 하는 것이 제일 좋다던 그 시절의 나는 사라진 지 오래. 이제는 아이들을 수업에서 만나는 게 문득문득 두려워지는 연차다. 소통이라고 하기엔 너무 꼰대가 되어버린 걸까. 내가 요구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일까, 아니면 불필요한 형식일까.


  지금 진행되는 학교 이야기는 진짜 쓰고 싶지 않은데- 답답한 마음에 써본다.


지금 우리 학교는,

그 안의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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