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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un 23. 2023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야, 내 신발 어디에 숨겼어. 씨 빨리 내놓으라고!!!



수업 중이었다.

내가 앞에 있었고

아이들은 모둠 활동 중이었다.


진정해! 여기 수업 시간이야, 지금 뭐하는 거야!!!


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잔뜩 화가 난 눈빛은 신발을 숨긴

범인을 찾느라 바빠 보였다.


불청객을 저지하기 위해 어깨라도 잡았다가는

나중에 문제의 소지가 될까 싶어

그저 말로만

큰 소리로만

나가라고, 선생님이 앞에 있다고 듣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말만 되뇌여야 했다.


11년 동안

수업 중에 그 누구도

그토록 무례한 적은 없었다.


온 몸에 문신을 잔뜩 두르고

말끝마다 욕을 하는 아이도

어쨌거나 내가 앞에 있으면

제 나름의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했다.


수업 시간은

교장 아니라 교장 할아버지가 와도

절대 건드리지 못하는 거라고 배웠다.


불청객이 사라지고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가라앉은 교실에서

도대체 알 수 없는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울감을

온 몸으로

견뎌 내며

 

수업을 마쳤다.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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