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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12. 2024

나의 티끌같은 재능

언제 이런 보석같은 글을 발견한 거야.

학교에 갔다. 묵은 짐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2022년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은 서류 더미를 한 번은 버려야 할 듯 싶기도 했고.

각종 공문, 서류 등을 파쇄기에 넣다보면 멍해진다. 드르르륵, 드르르륵 갈리는 소리에 넋을 놓고 있다보면 시간이 훌쩍 간다. 서류 정리가 무척 쉽고 간단해 보여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 개인정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도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한참을 파쇄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한 한 장의 학습지가 나를 2022년 여름 어느 날로 데려가 버렸다.

그 날은 무척이나 더웠고, 힘들었다. 참 예뻐했던 남학생이 전학을 가기로 결정한 날이기도 하고, 그토록 좋아했던 글쓰기 수업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두 시간의 글쓰기를 어떻게 채워야할까 고민하다 <부지런한 사랑>을 참고하여 기획했던 ‘나의 티끌같은 재능’쓰기 시간.


항상 하듯 내 이야기를 먼저 풀기 위해 글을 썼다. 손글씨체가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손으로 쓴 건데 원본이 사라져 애먹었다. 2023년도에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이제는 전학을 가서 없는 그 아이의 학습지에서 보석같은 글을 발견했다. 나의 티끌같은 재능. 내가 2년 전 그 새벽에 혼자 눌러 썼던, 그 자료.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 집으로 가져 왔다. 어쩐지 버리기엔 아깝다. 언제고 한 번은 이 자료를 쓸 날이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들고.


혼자만 알기 아까워 올려본다. 중간 중간 연필로 적힌 녀석의 추임새가 그립다.

잘 살고 있는가 궁금하다. 벌써 중3이 되어버린 녀석에게 2022년, 중1 여름 언젠가 함께 했던 글쓰기 수업이 행복한 기억이었으면 한다.


아, 참고로 이렇게 내 재능을 공개하고 난 후에 나온 아이들의 재능은 정말 기상천외했다.

가만있어 보자, 브런치 북에 글을 하나 올린 것 같은데...... 크흠. ^^


https://brunch.co.kr/@purete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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