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갑니다.
원래 여행 같은 거 좋아하지 않는 완벽한 집순입니다만, 외향적이고 경험을 중시하는 남편을 만나 꽤 많은 곳을 다녀보았습니다. 신혼여행으로 갔던 호주를 시작으로 일본의 교토, 미국의 뉴욕, 그리고 일본의 도쿄. 어쩌다 보니 일본을 자주 갔는데 갈 때마다 무척이나 만족스럽습니다.
무튼, 여행을 갑니다.
미국의 뉴욕까지는 둘이었는데 일본의 도쿄부터는 셋이 되어 준비를 하려니 조금은 바쁘네요. 사실, 저는 일할 때에만 계획적이지 일상생활에서는 계획적이지 않거든요. 여행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귀찮아하는 성격까지 더해져서 사실, 여행 준비의 90%는 남편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남편은 조금 서운해 할 수 있겠지만, 아이가 생기니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국내 여행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달까요? 아이의 손을 잠시 놓치는 것마저도 불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더군요.
방학을 하고 거의 일주일 정도를 집중해서 준비했습니다. 여권, 티켓은 진즉 끝났고 그 이외에 현지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사건과 사고에 대한 플랜 A, B를 머릿속으로 그려 두었습니다. 아무 일이 생기지 않는 것이 제일 좋지만 사람일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갑자기 벌어진 일에 대해 융통성 있게 대처하지 못하는 편이라서 미리 충분히 생각하고 숙지해야 마음이 편합니다.
아, 물론 남편과 둘이 여행할 때에는 아주아주 여유롭습니다. \
이런, 갑자기 미안해지네요.
어디로 여행을 가는지 말씀을 안 드렸군요.
도쿄로 갑니다. 지난여름에 다녀왔었는데 디즈니랜드 빼고는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던 것이 아쉬웠던 남편이 즉흥적으로 질렀습니다. 코로나 3년 동안 아무 곳도 가지 않았으니(그 흔한 워터파크조차 간 적 없어요.) 이 정도는 써도 될 것 같아 동의했습니다.
여행책을 뒤적이며, 구글맵을 찾아보며 가고 싶은 곳을 저장하다 보니 하루가 금방 갑니다. 서울과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어 처음엔 시큰둥했었는데 (아주 처음에요!) 조사하면 할수록 도쿄는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 한 번 지날 때 아이 손이 아파질 정도로 꽉 잡았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만큼, 도쿄역에서 환승하는 동안 서울역의 복잡함은 댈 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만큼, 두렵기도 했지만
곳곳에 보이는 분위기 있는 카페가 마음에 남아 계속 아른아른거릴 만큼, 디즈니 랜드에서 근무하시는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분들의 한없이 친절한 서비스가 기억에 남을 만큼, 그리고 문구 덕후인 우리 부부에게 눈 돌아갈 정도로 다양하고 예쁜 문구가 즐비한 로프트를 잊지 못할 만큼, 흥미로운 도시인 것입니다.
적어도 제게는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갑니다.
같은 곳을 또 한 번 더 갑니다.
이제는 조금 더 성장한 우리 딸과
항상 일 하느라 애쓰는 남편과 함께 떠납니다.
이번엔 드립 커피세트, 다기 세트도, 아주아주 유명한 홍차도, 쿠키도 좀 보고, 구경하고, 사고 올 예정입니다. 돈키호테 택스 프리는 잠시 내려놓고요. 큰 건물들 사이사이에 놓여있을, 그래서 여행자가 놓칠 법한 그런 곳을 경험하고 말 것입니다.
발이 편한 운동화 한 켤레 준비 됐고요.
고무줄이 탄탄한 청바지, 그리고 가벼운 백팩도 함께합니다.
한 손엔 딸, 다른 한 손엔 캐리어. 그리고 남편을 앞세워 떠날 여행이
벌써부터 설렙니다.
도쿄에서
종종 시간이 허락하는 한
여행기를 올려볼게요.
모두들 다녀와서 보아요.
추신: 아! 브런치앱 깔았습니다. 허허. 그래도 예전만큼 집착은 안 해요^^;
사진: Unsplash의Ross Parm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