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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29. 2024

아침과 커피와 일기장

우연히 발견한 취향



여행의 마지막 날,

시부야에 있는 로프트(loft: 문구,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상점)에 갔다.

도쿄를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기억에 남을 무언가가

혹시나 있을까 싶어서.


사실 17년도에 여행 왔을 때

잔뜩 산 문구가 아직도 남아있어

문구에 대해서는 팔짱 끼며 경계하던 중이라

‘진짜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라면 사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가긴 했다.


펜을 살까, 편지지를 살까, 노트를 살까.

사면 1,000엔을 넘는 것은 사지 말아야지.(여행 경비 부족!)

일본 다이어리는 사지 말아야지.(16년에 샀던 다이어리는 그냥 다 버렸다.)

무거운 가죽 노트는 쳐다보지도 말아야지.(무거우면 가지고 다니질 않는다.)


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니 눈에 들어오는 게 없기도 했고.


그렇게 한 참을 ‘에헴, 내가 어디 상술(?)에 넘어가나 봐라.’하며

경계하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던

와중에,

우연히, 한 코너에서 일기장을 발견했다.


제목도 너무 낭만적인(그래서 너무 내 취향인)

아침과, 커피와, 일기장.


어떤 분야든지 세세하게 나누어 만드는 것을 참 잘하는 일본 답게

이 일기장은 이른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어제 하루를 돌아보고 오늘을 계획하는 일기장이다.


너무 참신하지 않은가!

대부분의 일기장들은 스케줄러 시작으로 되어있거나

아니면 아예 무선으로, 혹은 날짜만 찍혀 있는데

이 일기장은 콘셉트가 확실한 것!

게다가 가격도 880엔으로 딱! 맞춤!


한참을 고민하다 두 권 담아 왔다.(한 권이 반년 정도 쓸 분량이라서 ㅠ.ㅠ)

예산 초과했지만 만족스럽다.


새벽 5시면 눈이 떠지는 내게 정말 쏙 마음에 든다.

오늘 아침에.. 썼으면 좋으련만 여독으로 힘들어

오후에 정리하고 하나씩 계획했던 일을 해내는데

참 뭐랄까 행복하다.

1,760엔이 주는 행복이랄까.




여행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번 도쿄 여행을 통해서

삶의 새로운 재미를 알아가는 느낌이다.

안 살 거야, 마음먹은 곳에서는 우연히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해 사게 되고

살 거야, 마음먹고 일부러 찾아간 서점에서는 결국 한 권의 책도 사지 못했다.

일본어로 된 그림책을 살 일이 있겠냐 싶었는데

우연히 찾아간 마루젠이란 서점에서는

딸아이의 그림책 한 권을 구입하고,

발 닿는 대로 걸어간 곳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풍경을 마주하게 됐다.


그런 게 여행의 매력이라고

수차례 주변에서 이야기할 때에는

진짜 귓등으로도 안 들었는데

막상 내가 겪고, 느끼니

새삼 새롭게 흥미를 느낀다.




뚜벅뚜벅 걸어서 하는 여행기의

단편적인 것들만 기록했는데

(여행 중이라 어쩔 수 없어서)

앞으로는 아주 길지만 짧은

일본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이다.


아, 물론

아침과, 커피와, 일기장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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