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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Feb 19. 2024

심란합니다.

음.. 결론부터 말하면 1학년 부장이 되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결과를 맞닥뜨리니 내심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글에도 계속 썼던 것처럼 저는 2학년 아이들의 부장이 되고 싶었거든요. 정 많이 간 아이들의 성장을 곁에서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쓰읍-


2월 13일, 저는 1학년 부장으로서 기획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새롭게 임명된 부장님들과 함께 2024학년을 계획하는데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더 앞섭니다. 잘할 수 있을 거야라는 당찬 다짐도 차차 흐려져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으로 번지더군요. 새로운 일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저로서는 생각보다 힘든 감정입니다.


일을 벌이며 사는 것을 좋아하는 워커홀릭인데요.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그런 성격이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알았습니다. 좋게 보는 선생님들은 격려해 주고 지지해 주었고, 안 좋게 보는 선생님은 '유난'하다는 프레임으로 평가하곤 했습니다. 그런 프레임이 싫었지만, 또 성격 상 눈치 보며 안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사람입니다. 제가.) 끝까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긴 했지만요.


이제 학년 부장이라니. 덜컥, 겁부터 납니다.

여태까지 함께 학년을 꾸려온 부장님들을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그분들을 저마다의 색을 가지고 계셨고 카리스마 또한 단단히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학년부란, 모름지기 선생님들과 함께 어깨 동무하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때론 다그치며 이끌어나가는 곳이라고 배웠고 겪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년 부장이 된다니, 어쩐지 이상합니다.

저는 카리스마도 없고, 거칠고 강한 아이들을 다루는 방법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제 앞에서 욕을 해도, 경찰에 신고를 해도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남몰래 울고 그랬습니다. 학급 담임을 많이 해본 것도 아니고, 할 때마다 반 아이들을 사로잡지도 못했거든요. 그저, 잘하는 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아이들, 혹은 혹시나 소외된 아이들, 혹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스며들게끔 하는, 그런 것들만 조금씩 했을 뿐이거든요. 편지를 쓰거나, 같이 이야기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는 방식으로요.


그거야 개인적으로 헤쳐나가는 일인데

이제 학년을 이끌어 가야 한다니, 게다가 입학 전부터 소문이 무성한 1학년을 맡아 지도해야 한다니 두려움이 너무 큽니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꿈까지 이어져 며칠 동안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 속에서 전 부단히 쫓기고 도망쳤습니다. 네, 사실 저 도망치고 싶나 봐요. 다 그만두고 싶은가 봅니다.


어쩌겠어요.

이미 결정은 되었고 돌이킬 수 없습니다.

3월 4일이 되면 이런 생각은 언제 했느냐는 듯이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겁니다.

부장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부딪혀야겠지요.


그래야 한다는 것쯤은 머리로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허나, 마음은 불안합니다.


글이 안 써집니다.

심란합니다.


저, 잘 할 수 있으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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