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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17. 2024

충전이 필요해

극 내향인은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합니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제가 'E'인 줄 압니다. 수업 시간엔 한 학생도 조는, 딴짓하는 것을 보지 못해 과한 액션과 목소리 연기,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로 아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을 하다 보니, 저절로 외향적인 연기(?)를 하게 돼서 인 것 같습니다. 절대, 전혀, 아닌데도 말입니다. (가끔 I라고 하면 무척 놀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ㅎㅎㅎ 선생님들은 애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가면을 하나씩 덧쓴다니까요.)


무튼, 이제 겨우 3월 2주밖에 안 지났는데 충전이 절실합니다. 하루 종일 사람을 상대하고 오면, 집에서는 잠시 가면을 벗어던지고 쉬고 싶습니다. 엉뚱한 장난도 치고 싶고, 아무것도 안 하며 늘어지고 싶습니다. 때로는 먹지 말아야 할 안 좋은 음식들을 마구마구 먹으며 먹다 그냥 잠들고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더군요. 특히 먹다가 잠드는 것은 나이가 드니, 건강에 치명적입니다. 다음 날 컨디션도 안 좋아지고요.


사실, 제게 가장 효과 있는 충전 방법은

혼자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에겐 미안하지만, 아주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있고 싶습니다. 방학 때에는 남편과 아이가 잠든 새벽이 그런 시간이어서 한 시고, 두 시고 혼자서 있곤 했는데요. 그럴 때면 100% 아니 120%까지 충전됨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학기가 시작되니 쉽지 않습니다. 아이의 수면 시간이 뒤로 밀리고 저 역시 일과 살림을 병행하다 보니 애가 잠들면 ‘일’을 더 하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은 하지 못합니다. 책이라도 진득하게 읽고, 글이라도 막힘없이 쓰고 싶은데 그렇지를 못합니다. 이제 시작인데 덜컥, 겁이 납니다.


어제는 영등포에 가서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두 권 골랐습니다.

평소라면 한 번 더 고민해 봤을 책을 선뜻 사 온 것은 그만큼 내 안을 내밀하게 채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실합니다. 1시간이라도 소리가 나지 않는 시간, 아니 30분이라도 고요한 시간. 그런 시간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사랑하는 딸을 두고 있고, 그 녀석은 저랑 노는 것을 끔찍하게 좋아합니다. 제 남편은 언제나 저를 지지해 주는 소중한 사람이죠. 그렇다면, 충전하는 방식도 조금은 바꿔야겠지요. 혼자보단 함께 나누며 충전할 수 있도록요. 영화를 함께 보거나 드라마를 함께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나누면서 말이죠.


아이가 색칠 놀이에 집중하는 동안 잠시 태블릿을 켜 글을 써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이 시간만큼, 조금은 충전이 되었습니다.

두서없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일단은 씁니다.


주어진 시간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충전을 해봅니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전쟁 같은 한 주를 맞이하기 위한,

힘을 쌓아봅니다.


충전이 필요합니다.

따로, 아니 같이, 아니 사실은 따로.

매거진의 이전글 당분간 글을 못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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