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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Sep 22. 2024

머피의 법칙

웬만하면 머피의 법칙 같은 것은 안 믿는 편인데요. 며칠 동안 엄청나게 소소한 사건들이 연이어 생기니 믿을 수밖에요.

먼저 9월 14일에 아이와 함께 간 과학관에서 열심히 놀던 아이가 갑자기 발목 통증을 호소합니다. 살짝 부어올라 그 다음날 문을 여는 정형외과에 가보니 골절이랍니다. 트램펄린을 타다가 골절이 되다니요... 명절 직전에 골절이 되다니요... 하... 8시 30분부터 13시까지. 대략 4시간 넘게 병원에서 진료받고 처방받고 집에 왔더랬습니다. 그게, 지난주 토요일의 일입니다.


명절을 무사히 보내고 출근을 했습니다. 반깁스를 한 아이가 등원해야 하는 목, 금요일은 엄청나게 덥고 심지어 비도 미친 듯이 오더군요. 하하. 유모차 태우고 우비 씌우고 우산까지 무장해서 왔다 갔다 그렇게 2일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무사히 등원했고 저는 지각을 면하기 위해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출근에 성공했습니다. 그게 지난주 목, 금요일. 그러니까 19일, 20일의 일입니다. (참고로 명절 내내 아이의 발목 회복을 위해 업고, 안고 다녔습니다.)


20일 2교시에 수업을 하는데요. 수업 때 꼭 쓰는 애플펜슬을 떨어뜨렸어요. 종종 떨어뜨리는 편이라 방심하기도 했고, 사실 처음엔 아예 떨어진 줄도 몰랐는데 한 녀석이 그러더라고요. “선생님, 펜 떨어졌어요.” 어디? 어디? 하며 찾는데 안 보여서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녀석이 주워줍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오 마이갓. 펜촉과 몸체가 떨어져서 완전히 아작이 났습니다. 제가 평소 수업할 때 쓸 게 많아서 아이패드를 꼭 활용하거든요. 교탁에서 자유로워지는 데다가 필기할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어서 20년도부터 계속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펜슬이 고장이 나다니요. ㅠ.ㅠ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다니요... 결국 남은 2시간은 칠판에 분필로 꾸역꾸역 필기를 마치고 수업을 마무리했습니다. (근본은 칠판에 판서입니디만. 그리고 칠판 판서를 잘하는 것을 로망으로 삼습니다만 불편하더라고요. 교탁에 묶여있는 신세라니...)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어제의 일입니다.

아직 다리가 아픈 아이를 돌보며 돌아다니던 중. 빡! 하고 부딪힙니다. 어디가? 왼쪽 새끼발가락이. 어디에? 방문틀에.

흔한 경험이라 아프다 말겠지 싶어 보는데 웬걸. 발톱이 들리고 피가 납니다. 응급처치 하고 하룻밤 지나 오늘 아침에 보니 퉁퉁 붓고 구부려지지 않습니다. 후다닥 병원에 가보니 (딸아이 가던 병원입니다. 365일 진료해요.) 골절이랍니다. 심지어 평소 아팠던 왼쪽 어깨도 검사해 보니까 석회가 꼈다네요. 이런...

결국 마취주사 맞고 뼈 맞추고 반깁스 하고 귀가했습니다. 돈도 돈이지만...


아. 이러기가 있나요? 연이어 빵빵빵- 무슨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안 좋은 일들이 연이어 닥칩니다. 저 인생 살면서 깁스 처음 해봐요. 조심성 많은 성격이라 과격한 운동 절대 안 했거든요. 근데 이 나이에 깁스라니. (남편은 이 나이라서 깁스하는 거라고 합디다만...) 게다가 이제 아이패드랑 각종 소모품도 다시 사야 하나 싶네요. 가격 만만치 않은데 정말 답답- 합니다. 무엇보다 아이 등원은 어떻게 시키죠? 애도 발이 불편하고 저도 불편하고. 유모차로 겨우겨우 데려다줬는데 어떻게... 하....


당장 내일은 지각을 달고 갈 예정인데 당장 이번주에 넘쳐나는 행사, 어찌할까 고민입니다.

좋은 일은 한 번에 안 오면서 나쁜 일은 물밀듯이 밀려오네요.

이것도 시간이 답일까요? 답답- 합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네요.


다음엔 좀 더 좋은 소식 가져올게요.

다들 건강하세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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