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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08.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6)

[전략 2/3]

•좋은 마인드.


‣관측되는 우월함이 없다면 적어도 좋은 마인드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럼 어떤 마인드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까요? 저는 두 가지를 제시하겠습니다.


1)갚을 줄 아는 태도.


반려견 훈련을 할 때 쓰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손안에 작은 소시지를 쥐고 반려견이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보상으로 떼어 주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반려견은 자신의 행동과 소시지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지하고 그를 반복합니다. 나중에는 특정 신호만 줘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보상을 기다리죠. 적어도 반려견의 훈련에서는 이 ‘행위一보상’이라는 체계가 특정 행동의 동기이자 이를 반복해서 할 힘으로 작용합니다. 인간관계에서도 이 방식은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때로 우리는 기존의 관계를 정리하고픈 욕구를 느낍니다. 이때 정리되는 관계는 더는 유지할 이익이 없거나 나아질 가능성이 없는 것들입니다. 


“얘는 필요할 때만 나를 찾네?”


살아가며 한 번은 이런 문장이 내 안에서 치고 올라오는 일이 있으실 겁니다. 착한 사람도 내게 부탁만 하는 사람과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우월하지도 못한 타인이 나의 호의를 갚지도 않는다면 우린 때로 그를 혐오하기까지 합니다. 


“평소 연락 한번 없다가 자기 부탁할 거 있을 때만 나를 찾으니까….”


보통 이런 문장과 함께 인간관계를 정리하게 되는데, 지금의 이 문장을 곰곰 생각해봅시다. 만약, 상대가 내게 자주 연락했다면 우리는 그의 부탁을 들어줬을까요. 기분이 상하지도 않고 상대와 관계 정리를 고려하지 않았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계속해서 연락하던 사이라도 부탁은 거절당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기분 나쁨이 아니라 부담스러움이라는 감정이 먼저 치고 올라오죠. 느낌은 다르지만 부정적 감정이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합니다. 결국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더라도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있으며 관계가 정리되거나 형해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달리 평소 연락 한번 없다가 자기 부탁만 하는 사람의 청을 들어줄 때도 있으시죠. 그건 어떤 경우일까요?


①성적 가치가 높고 교환의 가능성까지 보여주는 사람.


어장 관리하는 사람과 자발적으로 어장에 들어간 사람입니다. 이성 중에서도 외모가 훌륭한 사람에게 잘해주는 건, 우리 안에 성욕이라는 게 내재하기 때문입니다.


②사회적 가치가 높거나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람.


이런 사람의 부탁을 우리는 귀찮은 일로 여기지 않고 때로 투자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잠재적으로 내가 상대에게 받아낼 게 있으리라는 계산이 되는 셈이죠.


③내가 베푼 호의를 갚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


나의 호의가 다시 돌아올 거라는 유‧무형적 확신을 주는 사람을 우리는 경멸하지 않습니다. 설사 그가 오랜만에 연락해 부탁한다고 하더라도요.


만약 우리가 ①과 ②의 가치를 모두 지니지 못했다면 최소한 ③의 태도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그래야 관계가 무너지지 않고 유지됩니다. 가령 특정한 일을 상대에게 부탁했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때 미래의 가능성이나 약속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보이는 현물이나 행동인 게 더 좋습니다. 그리했을 때라야 오랜만에 연락해 부탁해도 싫어하지 않고 부정적인 감정도 덜 발생하거든요. 더욱이 나보다 잘난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 이 Give&Take에서 ‘갚음’이라는 행위는 더 중요해집니다. 왜냐하면, 부탁을 들어주는 주체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받아낼 잠재적인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제때 갚지 않으면 관계 자체가 정리되거나 형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2)판단하되 비판하지 않는다.


얼마 전 후배가 인스타그램에 본 사진이라며 제게 이미지를 하나 보여준 일이 있습니다. 수건 한 장만으로 온몸을 다 가린 여성분의 나신이었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만 가렸습니다. 수건이 유두에 걸쳤다고 할 정도였어요. 처음 제가 사진을 보고 느낀 건 뜨악함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사진을 보면 성적인 욕구 이전에 묘한 거부감을 먼저 느끼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보자마자 이리 말했죠.


“우와, 이 정도면 거의 다 벗은 거네. 이런 사람이 내 여자친구면 힘들겠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 말이 상당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우선 저는 상대가 어떤 이유로 이런 사진을 SNS에 올렸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나아가 사진에 나온 분만큼 외모와 몸매가 훌륭한 사람과 사귀어본 전력이 없기에 연인이 될 가능성도 희박합니다. 더욱이 이런 사람이 내 여자친구면 힘들겠다는 말은 부정적 인식을 전제한 비판입니다. 엄밀히 말해 그분이 자기 SNS에 올린 사진을 보고 의견을 말할 수는 있으나 비판할 이유는 없거든요. 그래서 후배와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어떻게 말하는 게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면서도 타인을 비판하지 않는 말일까. 오랫동안 대화한 끝에 후배가 현답을 줬습니다.


“우와, 이 정도면 거의 다 벗었네. 이 사람은 이게 불편하지 않은가 봐.”


여전히 부정적 인식이 드러나지만, 이 정도면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되 상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런 말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좋은 형태의 말이라고 믿습니다. 내 생각을 담백하게 말하되 그게 타인에게 상처가 되거나 날 선 느낌을 주지 않는 거요. 이런 말은 건조하지만 동시에 따뜻합니다. 사람들은 종종 이리 말합니다.


“무슨 일이든 판단하지 마. 비판단적인 태도가 좋은 거야.”


이 말은 현실적으로 성립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판단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거든요. 즉 이 말이 성립하려면 감정이 부재해야 하는데, 감정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주관적으로 위계를 나누고 이를 차등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판단적인 태도에 대한 호평은 실제 인간관계에서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게 더 많아서입니다. 타인을 아예 판단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에게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이는 언뜻 보면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단적 태도는 두 가지 맹점이 있습니다.


먼저, 여러분의 말 자체의 힘이 약해집니다. 호와 불호가 모호하기에 어떤 이야기를 하든 다 그러려니 해버리는 거죠. 그래서 비판단적인 사람은 타인을 기분 좋게 할 수는 있으나 말 자체의 힘은 떨어집니다. 다음으로 비판단적인 태도로 인해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판단하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과 있으면, 우리는 은연중에 그에게서 무조건적 동의를 구하는 관성을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때론 비합리적인 행동에도 이해를 바라고는 하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경청하는 이가 자기 의견을 말한다면, 심지어 다소 부정적인 인식을 전제하고 조언한다면 우리는 크게 상처받고는 합니다.


그건 내가 기대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 반응인데다, 이 사람도 아니라고 말하면 정말로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직시해야 하기에 더 힘든 겁니다. 그래서 판단은 조금씩 드러내야 합니다. 특정 사안에 대한 도덕관념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잣대는 말하는 게 낫습니다. 일상적인 예를 든다면 메뉴를 고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말은 이렇습니다.


①어제 중식을 먹어서 그런지 오늘 점심은 중화요리만 아니면 다 좋을 것 같아.

②내가 면을 좋아해서 그런데, 혹시 면 못 먹는 사람 없으면 점심으로 면류는 어때?


타협의 여지를 두고 내 판단을 드러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외려 이는 결정에 도움을 주기에 환영하는 사람까지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판단에 부정적 인식이 더해지면 위험합니다.


③어제 중식을 먹었는데, 소화가 안 되는 거 보면 중화요리는 건강에 안 좋은 거 같아.

④내가 면을 좋아해서 그런지, 나는 면 안 좋아하는 사람이랑 식사 메뉴 고르는 게 불편하더라.


말은 담백하지만,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음이 느껴지시죠. 말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뒤에 붙은 부정적 인식이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은 지양하고 이리 말해주는 게 낫습니다.


⑤어제 중식을 먹었는데, 먹고 나서 불편한 거 보면 중화요리는 내 몸에 안 맞나 봐.

⑥내가 면류를 좋아해서 그런지, 면 안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되게 신기하더라.


아까보다 조금 편하게 느껴지죠. 최소한 판단 이후에 오는 말은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아야 합니다. 인간관계에서 현명한 말하기란 내 생각을 담백하게 주장하고 거기에 부정적 의견을 더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타인이 우리 말을 신뢰하면서도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여기 하나의 문제를 냄으로써 글을 마칩니다. 아래 예시를 판단하되 비판하지 않는 말로 고쳐보세요.


문 : "예쁘고 잘생긴 애들은 주변에 사람이 넘쳐서 그런지, 사람 귀한 줄 모르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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