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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11.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8)

[QnA 1부]

첫 번째 QnA입니다. 이전까지 글을 읽으며 들었을 법한 질문과 반론을 정리해서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1. 타인의 오해는 어떡하죠?


주장하는 나보다 관측되는 나가 더 중요하다는 게 명제 하나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단체 생활하면 종종 타인의 오해로 좋지 못한 소문이 돌기도 합니다. 이때도 우리는 침묵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은 경우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1)오해의 당사자가 부정적 소문을 퍼뜨릴 때.


남의 흉을 보거나 말을 옮기는 걸 자연스레 여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어느 조직에나 존재합니다. 사실 조직 내의 사람들도 그들의 입방아를 믿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긍정적인 말에는 무뎌도 부정적인 말에는 한 번쯤 귀가 솔깃해집니다. 그래서 오해로 인해 소문이 퍼지거나 잘못된 인식이 조직 내에 공유되는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오해를 풀고 변호해야 합니다. 이미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히면 그걸 되돌리기는 굉장히 힘들거든요.


2)오해의 당사자가 이해관계자일 때.


면접을 예로 들면 쉽습니다. 임원이 배석한 최종 면접이면 평소 흥이 넘치는 지원자라도 억지로 점잖은 척해야 합니다. 동시에 면접관이 지원자를 패기가 없다고 여긴다면 번쩍 손이라도 들어야 합니다. 이해관계와 목적이 분명한 곳에서는 타인의 오해를 적극적으로 풀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이는 눈앞에서 얻을 이익이 주장함으로써 떠안을 손실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3)장기적으로 알고 지내야 하는 관계일 때.


모종의 이유로 계속 얼굴을 마주할 사람이면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불필요하게 감정 소모하게 됩니다. 가령 서로에 대한 오해로 서먹해진 연인이나 부부는 자연스레 오해가 풀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앉아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게 낫습니다. 안 그러면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져서 오해를 풀 힘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2. 뻔뻔한 솔직함.


자기 단점이 있다면 그걸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팀 단위의 업무를 하다 보면 종종 뻔뻔한 솔직함을 지닌 사람을 만나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간단하게 유형을 정리해 볼게요.


저는 이거 못하니까, 다른 거 할게요.

제가 이걸 잘할 자신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다들 이해해 주셔야 해요.

제가 원래 이런 성격이라서 고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언뜻 보면 이 말은 나름대로 타당해 보입니다. 그러나 특정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굉장한 스트레스를 야기합니다. 가령, 팀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무능함이나 기질, 경향성을 이유로 타인의 배려를 요구한다면 같이 일하는 이들은 분노를 느낄 가능성이 큽니다. 그건 같은 위계에 있거나, 나보다 낮은 위계에 있는 사람이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심지어 이런 말은 위계가 명백히 높은 사람이 하더라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단점과 약점으로 인해 팀 전체에 배려를 요구하는 건 타인을 피로하게 만드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3. 관측되는 내 모습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장 대답하기 까다로운 주제입니다.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어떻게 관측되는지조차 알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주장하는 나와 관측되는 내 모습의 괴리를 잘 모르며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여야 할지도 어려워합니다. 이 반론은 명확한 해결책을 드리기 힘들 만큼 개별화되기에 불완전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1)물어 본다.


의외로 효과가 작은 방법입니다. 타인은 우리를 세심하고 깊이 보지도 않거든요.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냐는 질문은 어떤 노래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만큼 모호하고 막막합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통해서 나에 대한 얼개는 파악할 수 있으니, 시도해 보는 게 좋습니다. 이 아래로 질문할 때 도움이 될만한 팁 몇 가지를 부연합니다.


①나의 장단점을 물어본다.


대학생이라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데 성격의 장단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명분을 끼고 질문해야 상대가 더 잘 응해주니까요. 이렇게 답을 들은 후에는 남들이 보는 공통적인 내 장단점을 분리해서 내가 타인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유추하면 됩니다.


②네가 나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한다면 어떤 사람이라고 할 것 같아.


실제로 소개받을 일이 있을 테니 이리 물어보는 건 도움이 됩니다. 명분도 좋습니다. 주변에서 이성 친구를 소개해줄 것 같은데 내가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몰라서 물어본다고 하면 됩니다. 그럼 친구들이나 지인이 장점이나 첫인상을 말해줍니다.


③사람을 소개받을 것 같은데. 내가 조심해야 할만한 게 있을까?


앞의 질문의 연장선입니다. 단점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인데 가능하면 소개팅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반론적 대답이 아니라 개별적인 답을 요구해야 합니다. 즉 내가 하지 말아야 하거나 조심해야 할 부분이 뭔지에 초점을 두고 거기서 관측되는 단점을 찾아내는 거죠.


2)심리 검사.


개인적으로는 MMPI와 MBTI를 추천합니다. 이 두 가지 검사가 대중적이면서도 자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4. 주장이 관측을 넘어설 때.


주장이 관측을 넘어선다는 건 허세와 사기를 말합니다. 실제로 내가 가진 것보다 더 부풀려서 상대에게 말했을 때죠. 이 현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나니 아래에 서술하겠습니다.


1)주체의 주장이 타인의 관측을 넘어서지 못했을 때.


소개팅이나 마음에 드는 이성 앞에서 증명하지도 못하는 주장을 해서 허세, 허영심이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걸 의미합니다. 타인은 나를 믿지 않게 되고 소탈하지 못한 모습에 실망하게 되죠. 이 외에도 사업 파트너나 이해관계자로 만났을 때도 타인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돈 문제가 오갈 때 이런 허세는 심각한 약점과 위험으로 불거집니다. 즉 주체는 주장함으로써 외려 이익을 잃습니다.


2)주체의 주장이 타인의 관측을 넘어설 때.


한 마디로 사기당한 겁니다. 주장이 관측을 넘어선다는 건, 관측된 바를 믿지 않고 그가 말하는 바를 믿었다는 것이거든요. 즉 관측된 실체와 그가 주장한 내용 사이의 불일치가 사기의 본질입니다. 그런데 사기를 이야기하면서 잠시 소개팅과 연관해 생각해봅시다. 똑같이 주장이 관측보다 심했는데 누군가는 허세와 허영심에 불과하고 또 누군가는 사기에 성공합니다. 어떤 경우에 우리는 관측보다 상대의 주장을 더 믿을까요?


그건 속고자 하는 적극적 욕망이 존재할 때입니다. 돈과 사람 문제로 사기가 자주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 안에 욕망이 없으면 어지간해서는 속지 않습니다. 하지만 특정 목표를 이루겠다는 욕망이 드글드글하면 허술한 말에도 속게 됩니다. 정사 삼국지를 보면 적벽대전 때 조조는 황개의 투항을 의심합니다. 실제 서신으로도 황개가 하는 말이 거짓말 같은데, 한 번 믿어보겠다는 식으로 답신하죠. 결과는 알다시피 대패였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조조라도 욕망이 있으면 관측이 아닌 주장을 믿어버립니다. 보통 사람인 우리라고 다를 바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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