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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14.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11)

[분석 2_2/3]

긍정적 물리력 : 주체가 객체에 이익을 가할 수 있는 관측되는 힘.


인간관계의 형성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긍정적 물리력입니다. 실질적인 이익을 준다는 건 말하자면 내 문제나 욕망을 해결할 힘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다만 긍정적 물리력이 작용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객체의 욕망이 존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진의 앞잡이를 하는 친구를 예로 들어볼까요? 만약, 이 친구가 단지 괴롭힘당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만 있다면 앞잡이 노릇은 부정적 물리력을 피하기 위한 행위가 됩니다. 그러나 그가 타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권력욕이 있다면 긍정적 물리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철수가 퇴사 준비를 하고 있거나, 승진 욕심이 전혀 없다면 부장님의 힘은 약해집니다. 이때 부장님은 업무를 증감할 수 있는 능력과 인사고과에 관한 권한이 있으나 긍정적 물리력을 쓰기 힘들어집니다. 결국 철수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둘은 친해지지 못한 채 경원하는 사이로만 남을 수도 있죠.


주변에서 긍정적 물리력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쉬운 예는 교육이나 동호회에 참가했다가 사랑에 빠지는 일입니다. 이건 긍정적 물리력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관계 형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는 내가 원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내게는 그게 필요합니다. 동호회라면 먼저 들어온 동호인이 신입보다는 아는 게 더 많을 테죠. 누군가를 가르치는 멘토‧멘티 관계에서는 멘토가 줄 수 있는 게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추구하면서 이익까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움이라는 과정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트기 쉽습니다.


하지만 특정 활동에서 성장하고픈 욕구가 없는 이에게 많은 걸 가르쳐주려는 멘토는 잔소리꾼에 불과합니다. 원치 않는 사내 강연에 참석했을 때 강사는 여러분에게 부정적 물리력을 조금 미칠 수 있는 미력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긍정적 물리력은 객체의 욕망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으며 욕망이 어떤 것이든 그걸 도와줄 힘이기만 하면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도둑과 도둑 사이에도 긍정적 물리력은 형성되고 작용할 수 있죠.


이처럼 긍정적 물리력은 힘이 강함에도 저는 부정적 물리력보다 뒤에 뒀습니다. 그 이유는 객체의 욕망이 다양하고 가변적인 데다가 시한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 물리력을 지닌 사람은 상대의 욕망을 이뤄줄 힘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객체가 만약 아래 두 경우에 속한다면 긍정적 물리력은 하잘것없어집니다.


1)멘토가 이제 내 성장에 도움이 안 되거나 그렇다고 인식했을 때.

2)내가 추구하는 목표가 이뤄졌거나 혹은 그런 목표 자체를 상실했을 때.


이런 일이 발생하면 멘토가 지닌 긍정적 물리력은 소멸합니다. 그래서 목적을 이룬 후에는 긍정적 물리력을 발휘하던 주체는 부정적 물리력을 가할 수 있는 이보다도 무력해집니다. 더불어 욕망을 이루고자 하는 이의 욕구가 사라지면 긍정적 물리력도 함께 소실됩니다.


결론적으로 긍정적 물리력은 관계 형성과 발전에 큰 힘을 지니고는 있으나, 객체의 욕망에 기반하기에 불안정합니다. 그러므로 소실 가능성이 크고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잃으며 상대를 혐오하는 수준에 이르면 관계를 정리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긍정적 물리력이 부정적 물리력보다 강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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