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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14.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12)

[분석 2_3/3]

심리적 영향력 : 주체가 객체에 정신적 만족을 가할 힘.


앞의 두 물리력과 심리적 영향력의 차이는 주가 되는 힘이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 아닌가로 갈라집니다. 물리력은 실제로 내 생활과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심리적 영향력은 정신적 만족만 충족돼도 성립합니다.


이 심리적 영향력을 설명하기 전에 잠시 풀어야 할 의문이 있습니다. 왜 굳이 심리적인 힘과 물리적인 힘을 구분할까요. 나아가 앞의 물리력은 긍‧부정성을 나눠서 이야기했는데 왜 부정적 감정을 야기하는 심리적 영향력은 다루지 않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고서 이야기를 진행하겠습니다.


심리적 영향력에서 부정성을 다루지 않는 이유는 타인에게 정신적 타격을 가하는 말과 행위가 관계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인간관계에서 부정적 감정,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건 힘 자체가 되지 못합니다. 어떤 분은 의아할 수도 있겠습니다.


“타인을 기분 나쁘게 해서 관계를 망칠 수도 있잖아요?”


이 말대로 부정적 영향력은 관계를 망치는 힘이지, 관계 형성과 결속 유지에 작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닙니다. 이건 힘이 아니라 단지 제거해야 할 대상에 불과합니다.


반면 심리적 영향력과 물리력을 나누는 이유는 물리력은 실질적 이익과 정신적 만족이 병존하지만, 심리적 영향력은 실체 없는 만족감만으로도 성립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덕질을 떠올려볼까요. 그게 삶에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되죠. 굳이 말하자면 지갑에 구멍이나 내는 들쥐 같은 욕망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덕질하면 행복하죠? 즉 나의 경제적 안전성을 무너뜨리면서도 심리적 만족이 되돌아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인간관계에서도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으나, 심리적 만족을 주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제 심리적인 영향력을 소분해보겠습니다.


•긍정성 •유머 •경청 •공감 •등등


소위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좋은 태도가 이 심리적 영향력과 연결됩니다. 우린 이런 가치를 지닌 사람을 성격이 좋다거나 내면적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세간에서는 인간관계에 있어 이런 심리적 영향력과 자질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왜냐하면, 이런 정신적인 만족은 앞의 물리력보다 힘이 약할 뿐만 아니라 그런 힘을 지니지 못한 사람이 추구해야 할 차선책이거든요. 이 심리적 영향력도 다른 힘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한계점이 있습니다.


1)힘을 발휘하는 주체의 위계가 객체보다 낮을 때.


나보다 잘 못 살거나 혹은 아래로 치부하던 친구의 응원이 고맙지 않을 때가 있으셨을까요. 다소 잔인한 질문입니다. 그러나 우린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나 나 보다도 못난 사람이라고 판단한 이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거나 고마워하지 않는 못된 습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사람이라도 그가 실질적 힘이 없다면 내가 싫어하는 사람보다 무시하게 되는 거죠. 외려 평소 불편하게 느꼈던 유능한 동료나 직장 상사의 조언에 더 감사함을 느낀 적은 없으신가요?


우리는 왜 성공한 사람의 독설을 돈 내고 들을까요.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독설이라는 것 자체가 내 마음을 후벼파는 말인데, 우린 그걸 돈을 지급하면서까지 듣습니다. 이는 발화하는 주체가 내가 욕망하는 힘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그런 힘을 얻을 가능성까지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심리적인 영향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면 우리가 돈을 내고 독설을 듣거나 내게 싫은 소리 하는 멘토를 존경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는 엄연히 존재하고 때로 우린 감동까지 합니다. 정작 내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응원하는 무능한 친구에게는 때론 환멸을 느끼면서 말이죠.


2)주체와 객체 사이에 혐오의 감정이 발생했을 때.


이런 위기가 발생했을 때 심리적 영향력은 바로 소멸합니다. 앞서 물리력은 혐오의 감정이 있어도 상대와 관계 맺게 하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상대를 싫어하므로 관계 자체는 형해화 됐습니다. 그러나 관계 자체가 형성, 결속되고 있기에 향후 평가가 달라지거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럼 조금 더 생각해봅시다. 우리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하면서 도움까지 안 되는 사람에게 혐오를 느꼈을 때 우리는 그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나요. 단지 재미있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준다고 해서 계속 관계를 이어나갈 수는 없을 겁니다. 결국 다수의 사람이 강조하는 심리적 영향력은 관계를 유지하는 힘이 약하기에 물리력에 비하면 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내면적 매력을 가다듬는 것보다는 성적, 사회적 가치 또는 상대적 위계를 높이는 게 더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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