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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16.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13)

[전략 2_1/3]

•부정적 물리력을 활용하는 방법.


부정적 물리력은 사용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상대의 욕망을 통제하고 불이익을 가할 힘이기에, 힘 자체는 강하나 사용했을 시에 격렬한 반발심을 일으킬 수 있거든요.


1)관측되는 게 먼저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 명제를 알고 있습니다. [나는 관찰된다]와 [누가 힘을 쥐고 있는가] 이 둘을 기초로 전략을 설정한다면 부정적 물리력도 관측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누가 힘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군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분대장에게 분대원의 휴가를 조정하고 결제 요청할 권한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요즘 병영에서는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제가 복무할 때도 이런 권한을 위임하는 분대가 종종 있었습니다. 사고 실험을 위해 분대원은 분대장에게 이런 권한이 있는지 모른다고 전제하겠습니다. 즉 부정적 물리력이 존재하지만, 이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대장이 자신에게 휴가와 관련한 권한이 있음을 드러내면 어떨까요. 분대원들은 전보다 말을 더 잘 들을까요?


적어도 휴가 기간이 되거나, 그를 앞두었을 때는 말을 더 잘 들을 겁니다. 휴가와 관련한 권한이 있다는 건 휴가를 막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 물리력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휴가를 승인해줄 권한과 조정할 능력이 있다는 건 또 긍정적 물리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권한을 지닌 사람은 그걸 주변 사람도 알 수 있도록 해야 좀 더 집단 내에서 지배력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2)채무 관계가 발생했을 때.


현실적으로 부정적 물리력이 형성되는 대포적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채권‧채무 관계는 형성하기 전에 따져봐야 할 게 있습니다.


①돈을 빌려주는 행위의 득실.


기본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은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이는 돈을 빌려줌으로써 생긴 채권은 상대에게 부정적 물리력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내게도 부정적 물리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돈을 빌려주면 상대는 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채무자도 이행지체, 채무 불이행으로 부정적 물리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앉아서 빌려주고 서서 받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우리가 빌려준 돈을 되받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돈을 빌려주는 행위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의 재무 상태가 나빠질수록 내가 지닌 부정적 물리력은 약화하고 상대가 지닌 부정적 물리력은 강화되거든요. 


②빌려줄 거면 그냥 준다고 생각할 것.


주변에서 쉽게 들어본 이야기일 겁니다. 상대의 부정적 물리력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이 조언을 따르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말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우선 얼마까지가 그냥 준다고 말할 정도의 돈인지부터가 논의 대상입니다. 말하자면 친구에게 돈을 빌려줄 때, 이 돈을 받을 수 없음을 가정하고 줄 수 있는 돈은 얼마일까요.


저는 10만 원입니다. 적어도 이 정도면 못 받을 걸 알면서도 떼이는 마음으로 빌려줄 겁니다. 하지만 친구 사이에 5~10만 원 빌려달라고 해서 난처해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보통 빌려달라고 하는 사람은 내 예상보다 큰돈을 요구합니다. 50~100만 원 정도가 제게는 부담스러운 돈이겠네요. 여기다 대고 나는 10만 원만 빌려줄 수 있다고 하면 상대는 모멸감을 느낄 겁니다. 외려 안 된다고 말하는 것만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겠죠. 그러니 이런 조언은 현실성이 없기에 따르느니 돈을 안 빌려주는 게 낫습니다.


③부정적 물리력을 위해 채무를 형성해도 될 때.


⑴빌려줄 액수가 내게 타격이 되지 않을 때.

받지 않아도 될 정도의 적은 돈의 범위를 특정해 놓는다면, 우리는 상대를 닦달하지 않고 채무 변제를 강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이런 마음 상태라면 이행지체가 발생했을 때도 마음 졸이지 않을 테고, 상대는 너그럽게 넘어가 주는 나로 인해 내심 고마워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⑵갚을 게 확실하거나 담보를 잡을 수 있을 때.

현실은 이처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내 관측이나 직감에 따라 상대가 확실히 갚을 거로 느꼈지만 안 그럴 때가 많으니까요. 그러니 상대에게 담보를 잡을 수 있다면 잡는 게 나을 테고, 그게 어려운 상황이면 여태까지 형성해온 신뢰를 담보로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⑶성공의 가능성이 보이거나 다른 능력으로 갚을 수 있을 때.

성공할 자질이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이에게는 빌려줄 법도 합니다. 그가 성공했을 때 되돌려 받을 수 있고 이때 형성한 관계로 인해 내가 얻을 것도 발생하니까요. 또한 상대가 돈으로는 못 갚아도 특정한 능력이 있어 그걸 돈 대신 받을 수 있을 때도 돈을 빌려줄 만합니다.


⑷상대에게 다른 목적이 있을 때.

이걸 마지막에 언급한 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위험성까지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호감을 지닌 이성이나 연인 관계에서 돈을 빌려달라는 일이 가끔 발생합니다. 아마 다들 머릿속으로는 그런 사람은 걸러야 한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타인에게는 그렇게 조언하지만 정작 내 일이 되면 안 그럴 때가 많습니다.


호감 있는 상대에게 돈을 빌려주는 건 향후 관계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부정적 물리력으로 상대 호감을 얻는 건 다소 어려운 일이기에 저는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꼭 빌려줘야 한다면 타격이 안 될 수준인 자기 임금의 일주일 분을 넘지 않는 선에서 빌려주면 좋겠습니다. 이 정도 손해로 생각지도 못한 인연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면 투자해 볼 가치가 있겠죠.


4)공정히 행사하거나 공정해 보일 것.


부정적 물리력은 타인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지닙니다. 그래서 부정적 물리력을 행사할 때는 반드시 공정함을 담보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축구 감독과 선수의 갈등을 들 수 있습니다. 출전 기회가 줄어드는 게 불만인 선수가 감독에게 항의했을 때 감독이 충분한 근거 자료와 자기 원칙을 제시할 수 있으면 악평이 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정함이 담보되지 않고 감정적으로 행동한 게 드러난다면 권력을 지녔으나 구성원의 비판을 야기합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부정적 물리력을 아예 행사하지 않으려는 리더, 상사가 종종 있습니다. 가령 나는 최대한 힘써 봤지만, 이번 일은 인사팀에서 나온 결과로 내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는 거죠. 이것도 일종의 회피심리에서 나오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힘을 버리는 행위가 돼서 위험합니다. 이런 말을 들은 부하직원은 상사보다, 외려 인사팀 대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즉 볼멘 소리 듣는 게 싫어서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건, 아무런 대책도 없이 황제가 옥좌에서 내려오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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