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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Feb 28.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18)

[분석 3_1/4]

•당신의 잘남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죠?


‣자랑하는 사람은 크게 두 유형으로 나뉩니다. 대놓고 말하거나 은근히 말하거나. 어느 쪽이건 듣는 쪽은 괴롭습니다. 자기 과시의 언어를 들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기는 힘들죠.. 그런데 우리는 왜 타인의 자랑을 들어주는 걸 힘들어할까요? 그걸 듣는다고 해서 내가 손해 볼 것도 없는데, 심지어 그 자랑이 사실에 기초하더라도 거부감을 느끼는 이 심리는 어째서일까요. 이런 부정적 감정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의 자랑이 내게 심리적인 노동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화자가 자랑을 시작한다.

청자는 그의 의도를 해석한다.

청자는 화자가 자랑하는 바를 인정해줘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화자도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은연중에 그걸 바람을 암시한다.

청자는 생각지도 못한 심리적 노동을 해야 한다.(상대의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노동 자체는 발생한다.)


여기서 청자는 화자의 말을 부정하며 자랑을 그만두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선택을 하면 관계에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에 선뜻 택할 수 없습니다. 반면 침묵을 선택하더라도 미묘한 심리적 채무감을 떠안게 되기에 어떤 방식이든 화자가 자기 자랑을 한 시점부터 청자의 피로는 증가합니다. 이래서 자랑하는 사람은 즐거울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겸손이 관계에 도움이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교만, 오만함은 타인이 봤을 때 불안해 보이기 이전에 피로를 야기합니다. 더군다나 그의 오만함과 교만으로 내 자존감까지 건드린다면 이는 혐오와 증오의 감정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도와주고 생색을 너무 심하게 내면 차라리 도와주지 않는 것만 못하게 되는 겁니다. 


여기까지는 자랑하면 안 되는 이유를 분석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명제는 [나는 무엇을 꿈꾸게 하는가?]입니다. 이 명제에 기초해서 위의 내용을 본다면 자랑이라는 행위가 청자에게 아무것도 꿈꾸게 하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자랑해야 타인이 긍정적 기대를 할 여지가 생길까요. 대체로 자랑을 들어주는 사람의 심리는 이렇습니다.


“그래서 네 잘남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는데, 그걸 내가 왜 인정해줘야 하는 거야?”


이 때문에 우리는 자랑할 때 타인이 기대할 수 있는 심리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타인도 우리의 잘남과 긍정적인 일에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거죠. 나의 잘남이 곧 당신에게도 도움이 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자랑을 통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①저는 견종 쪽으로 아는 게 많거든요. 그래서 혹시 키우는 강아지가 아프면 말하세요.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몰라요.

②컴퓨터라면 100대도 넘게 조립해 봤거든요. 그래서 포맷이나 하드웨어 교체라면 자신 있어요. 여기 있는 분 중에 노트북 느려서 고생이신 분이 있으면 제가 확인하고 고칠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 드릴 수도 있겠네요.


실제로 이렇게 말하면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사람도 호의적으로 반응하는 걸 봤거든요. 이건 나의 자랑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자랑이면서도 타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의사전달이 됩니다. 자연스레 청자는 긍정적인 상상과 기대를 할 수 있고 자랑을 들음으로써 오는 피로도 줄어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주식이나 투자로 돈을 번 분들은 단순히 자기 투자로 인해 얻은 효과와 성과만 늘어놓아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 유심히 보는 주식이 있는데 너도 필요한 물어보라고 말하거나, 정보를 줄 수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만약 그런 호의도 없이 단순히 내 자랑만 하고 싶은 거라면, 그건 관계에도 해롭지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자랑하는 건 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생색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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