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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07.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3)

[전략 3_3/3]

•카카오톡과 프로필 사진.


‣타인의 긍정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 모바일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 만나는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이력을 보고서 대충 어떤 사람인지 가늠하려고 들 때가 있습니다. 그게 정확한 정보가 아님을 알지만, 그를 통해 조금이나마 상대를 예측하려고 하는 거겠죠. 이런 행동은 저만의 습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혼 정보업체인 듀오의 통계를 보면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올릴 때 고민한다는 비율이 80%에 이르거든요. 이 말은 10명 중 8명 정도는 프로필 사진을 올릴 때 타인에게 관찰되고 평가될 수 있음을 고려한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럼, 어떤 프로필 사진을 올리는 게 타인에게 긍정적인 기대를 불러일으킬까요. 당장 인터넷으로 검색하 보면 어떤 프로필 사진을 올리라는 말이 꽤 나올 겁니다. 그러나 왜 그런 사진이 좋은지 나아가 해당 사진이 우리의 무엇을 자극하는지에 관한 분석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무엇을 꿈꾸게 하는가?]라는 명제를 기반으로 프로필 사진과 관련한 전략을 도출해 보겠습니다.


1)프로필 사진 3대 원칙.


①3인칭적 정보 전달일 것.(명제, 하나)


가장 먼저 이를 제시하는 이유는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내가 찍은 것보다 타인이 찍어준 게 더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우리가 처음 살폈던 [나는 관찰된다]에 입각해 본다면 1인칭적 정보 전달은 의도성을 띤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셀프 카메라는 은연중에 가장 잘 나온 사진을 골라, 과시하려 올린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해 프로필 이력에 셀카만 있으면 때론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연구도 있습니다. 토론토 대학의 심리학자 다니엘 레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진을 평가하는 주체는 같은 사진이라도 타인이 찍어준 것보다 셀카로 찍은 사진을 더 선호했습니다. 그러나 전혀 관계없는 제삼자가 사진을 볼 때는 압도적인 비율로 타인이 찍어준 사진이 더 낫다고 평가했습니다. 교수와 연구진은 이를 셀카를 찍은 주체가 나르시시즘에 빠져 자신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즉 내가 볼 때는 귀엽고, 잘 생기게 나온 것 같지만 타인이 보기에는 과시욕이나 허영심이 드러나는 사진으로 평가받은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런 측면 말고도 정보의 전달이라는 면에서 타인이 찍어준 사진이 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우선 타인이 찍은 나는 무엇인가를 주장하려는 의도성이 옅어지기에 위화감이 줄어듭니다. 그래서 두 사진이 거의 똑같더라도 타인이 찍어준 사진이 더 진실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타인이 사진을 찍어줬다는 건 간접적으로 사회성까지 증명합니다. 말하자면, 나는 늘 사진을 찍어줄 친구가 있음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증명하는 거죠.


②긍정적 감정이 드러날 것.(명제, 셋)


우리는 타인의 표정을 보고 그의 행복을 가늠합니다. 프로필 사진에 올려진 내 얼굴과 주변의 풍경이 모두 즐거워 보인다면 자연스레 행복의 단서를 뿌려놓는 게 됩니다. 이는 타인이 봤을 때, 그가 긍정적이면서도 주변 사람과도 잘 어울림을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그래서 잘 생기거나 예쁘게 나온 사진보다는 자기 사진에서 느껴지는 기운, 분위기를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같은 사진이라면 웃고 있는 게 좋겠죠. 홀로 웃는 것보다 주변의 여러 사람과 어울려 웃는 거면 더 좋을 겁니다. 굳이 웃는 게 아니더라도 동물을 돌본다거나 봉사활동을 하며 보이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느낌이면 충분합니다. 우리는 그런 피사체의 모습을 보며 감정을 유추하고 그와 관계 맺을 때 내 행복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니까요.


③타인이 참여할 여지를 암시할 것(명제, 셋)


개인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같은 사진이라도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클수록 더 좋은 느낌을 주거든요. 일례로 프라모델을 조립하는 사진보다는 보드게임을 하는 사진이 더 유리합니다. 양자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자인 프라모델은 홀로 집중하는 활동에 가깝지만, 후자인 보드게임은 타인이 참여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을 적용해서 똑같은 사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례 하나 : 강아지를 키우는 남자.


철수는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오면 늘 강아지와 놀아줍니다. 올 때마다 소시지 같은 간식거리를 사 오는데, 가끔 강아지 사진을 찍어서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리기도 합니다. 오늘 철수가 올린 셀카는 강아지를 두 손으로 안고 있는 모습입니다. 사진 속 강아지는 웃고 있지만, 철수의 얼굴은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제일 먼저 따져봐야 할 점은 강아지 사진이 프로필 사진으로 적합한지 입니다.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 우리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따뜻함과 친절함 같은 사회적인 메시지를 발견하니까요. 그러나 위의 3대 원칙에 근거해서 한 번 보면 어떨까요?


1)3인칭적 정보 전달인가 : 아닙니다. 철수는 셀카로 사진을 찍었으므로 1인칭적 정보 전달입니다.

2)긍정적 감정이 드러나는가 : 미묘합니다. 강아지가 행복해하는 표정은 담겼지만, 철수의 기분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3)타인이 참여할 여지가 있는가 :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강아지를 만져보고 싶을 수는 있지만 타인이 참여할 여지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좀 더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다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사례 둘 : 강아지를 키우는 남자.


철수는 강아지를 좋아합니다. 오랜만에 시골에 내려오니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짖네요. 철수는 아버지에게 강아지를 산책시켜도 괜찮겠냐고 묻습니다. 마침 밭일을 끝내고 온 아버지가 허락하셨고 철수, 아버지, 강아지는 함께 마을 한 바퀴를 걷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저 멀리 어머니가 보이네요. 기분이 좋아진 강아지가 팔짝팔짝 뛰며 철수 허리 위로 머리를 들이댑니다. 철수 손에 있는 소시지가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아버지는 그런 강아지가 간사하다며 웃습니다. 철수도 함께 웃고는 강아지 입에다 소시지 하나를 물려줍니다. 그러자 셋을 지키고 있던 어머니가 핸드폰을 꺼내며 말합니다.


“지금 보기 좋네. 둘 다 이쪽 보고 웃어 봐.”


어떤가요? 이제 사진에 무엇이 담겼나요. 아까보다 훨씬 다양한 의미가 담겼다는 걸 상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3대 원칙이 모두 지켜졌습니다. 어머니를 통해 3인칭적 사진이 촬영됐습니다. 또한 아버지와 철수, 강아지 모두의 긍정적 감정이 드러납니다. 마지막으로 산책에서 돌아오는 모습이 찍힘으로써 타인이 참여할 여지도 보여줍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프로필 사진을 디자인하고 올리려면 상당히 피로해집니다. 그러나 프로필 사진 하나만으로도 우리를 더 잘 표현할 수 있고, 행복의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약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분이라면 제가 말한 3대 원칙을 잘 생각해서 사진을 올려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타인이 다음에 같이 강아지 산책 시킬까요, 같은 참여형의 말을 꺼낼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프로필 사진 하나를 제시하고 글을 마칩니다.


•배경 : 산토리니와 같은 해변 또는 아름다운 풍경이 사진 뒤로 보일 것.

•인물 : 한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웃으며 걷는 여자 둘.

•복장 : 비현실적인 풍경과는 다르게 맨투맨, 후드 등으로 마치 집 앞을 나온 듯한 수수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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