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우 Mar 04.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2)

[전략 3_2/3]

•청자를 고려해서 말할 것.


‣TV에 나오는 성공한 기업가나 강연가, 피트니스 대표들을 보면 자기 예전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들은 과거 고생했을 때의 경험이나 느낌을 때로 과장해서 표현하고는 하죠. 실제로 성공한 이들은 다들 실패의 아픔이 있고 그때마다 사무친 감정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청자의 욕망이 없으면 발생하더라도 유통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타인에게 구전되는 건 나아가 효과적인 건 그들의 괴로움을 듣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이들의 실패과정은 지금으로 오기 위한 합당한 노정입니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한 이가 같은 이야기를 하면 그건 꿈도 희망도 없는 회색 넋두리에 불과합니다. 같은 이야기라도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겁니다. 하지만 주체가 성공했더라도 자기 이야기가 유통되길 바란다면 청자에 맞춰 선별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몸짱이 됐거나 피트니스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에서 운동을 권하는 미모의 트레이너들은 자기도 과거에 몸이 좋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가령 예전 사진을 보여주며 멸치였다, 뚱뚱했다 하는 식이죠. 이는 외부적으로 봤을 때는 자해적 정보 전달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해적인 정보 전달이 도움이 되는 건, 그들이 이미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타인을 꿈꾸게 하기 위해서는 동일시가 필요한데, 그들의 자해적 정보 전달은 뚱뚱했던 혹은 몹시 마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거든요.


이 외에 전문적으로 운동을 가르쳐주는 분 중에서도 실제와 다른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뱃살 빼는 운동을 가르쳐주는 영상이죠. 이들은 뱃살을 뺄 수 있는 유형의 운동을 알려주며 복근 운동을 시킵니다. 복부를 자극하면 뱃살이 빠질 것 같은 환상이 있거든요. 그래서 뱃살을 빼기 위한 복부 운동 루틴을 추가함으로써 4~6주의 플랜을 만들어냅니다. 이때 청중은 배가 나와서 고민하는 대다수의 사람이겠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복부 운동을 열심히 하면 외려 배가 나오게 됩니다. 복직근관 복횡근을 계속 쓰면 그 근육이 자라거든요. 즉 전처럼 먹고 복근 운동을 반복하면 똑같은 칼로리로 배가 더 튀어나오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조금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IT 계열의 대기업에 입사했다고 가정합시다. 입사 전까지는 꿈꾸던 회사였으나, 막상 근무해보니 주 70시간을 일할 정도로 노동강도가 엄청납니다. 대영제국 같은 회사죠.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거든요. 이런 사람이 오랜만에 동아리에 가 후배들에게 회사와 취업 이야기를 해준다고 칩시다. 다음 중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게 더 나을까요.


첫째 : 우리 회사가 얼마나 힘든지 들어볼래?

둘째 : 우리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혜택이 있는지 말해줄까?


둘 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IT계열로 취업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는 둘째의 이야기가 더 솔깃할 겁니다. 첫째의 이야기는 웃으면서 들어줄 수는 있으나, 길게 들을 속성의 이야기가 못 됩니다. 재미있게 하지 않으면 오래 들을 수 없는 푸념처럼 들릴 수 있거든요. 운동 영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에서 긍정적인 상상을 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는지를 고려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실을 이야기해준다고 하더라도 타인이 그를 들었을 때 부정적 감정을 품는다면, 그 이야기는 더는 들리지 않습니다. 오늘날 자기계발서가 당장이라도 우리를 바꿀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건, 그게 진실이라서가 아니라 그리 말해야만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사실을 말하려 애쓰지 말고, 상대의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만 표현하는 게 더 낫습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지 말고, 전체 내용 중에서 긍정적인 일부만 편집해서 말하는 거죠. 가령 직장 상사와 다툰 친구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화나서 더 심한 말 할 수도 있었는데, 그래도 잘 참았네.”


결론적으로 말을 할 때는 같은 이야기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선별해서 해야 합니다. 나아가 내가 말하는 내용에서 상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요소가 있는지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객체의 관점까지 고려한 말하기가 가능해집니다.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관계는 전보다 풍요로워집니다. 우리는 아부하는 사람을 비난하지만, 오직 정치와 처세만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그들은 상대가 원하는 바를 파악해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무능한 게 아니라 외려 유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을 다만 비겁함으로 파악하지만 마시고 상대의 부정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긍정적인 부분만 뽑아 말하는 요령을 익히는 게 관계 형성에서 더 유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