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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08.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4)

[QnA 3부]

세 번째 명제의 핵심은 타인의 긍정적 상상력을 자극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이 때문에 두 가지 질문이 발생하는 데 하나는 거짓말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가 나머지 하나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심리적 피로입니다.


1. 거짓말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명제 셋을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거짓말에 대한 자기만의 윤리를 정해야 합니다. 우선 앞의 명제와 분석, 전략을 제시하면서 저는 계속 거짓말하지 않는 게 좋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습니다. 그건 관계에서 거짓말이 탄로 났을 때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긍정적 상상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오직 진실만 이야기해서는 인간관계가 너무 피로해지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거짓말에 대한 나름의 조언을 여기에 남겨 둡니다.


1)진실을 선택해서 말할 것.

여러 번 한 이야기입니다. 상대가 한 이야기에서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게 혼재해 있다면 이중 긍정적인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겁니다. 부정적 이야기를 굳이 긍정적으로 바꿔 말하면 거짓말이 되지만 좋은 부분만 꼽아서 이야기하면 거짓말이 되지 않기에 위화감이 발생할 여지도 적습니다.


2)부정적 이야기를 할 거라면 애정을 담을 것.

상대에게 충고나 조언, 나아가 아픈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면 애정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내가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같은 언어적인 애정이 아니라 진짜 애정이 묻어나오는 애정이어야 합니다. 만약, 이런 애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낫습니다. 아픈 이야기를 애정없이 해버리면 상대는 내게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거든요.


3)부작위적 거짓말을 활용할 것.

제게 거짓말은 크게 두 종류로 대별됩니다. 하나는 작위적 거짓말이고 둘은 부작위적 거짓말입니다. 이들은 다시 둘로 나뉘어 총 4가지로 소분됩니다.


①작위적 거짓말

⑴경제적 이익을 위한 능동적 기만.

⑵심리적 이익을 위한 능동적 기만.


②부작위적 거짓말

⑶타인을 속임으로써 나를 보호하는 침묵과 에두름.

⑷타인을 속임으로써 상대를 보호하는 침묵과 에두름.


여기서 제가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싶은 건 ⑷타인을 속임으로써 상대를 보호하는 침묵과 에두룸.입니다. 가령 지금 이 말을 하면 상대가 아프거나 힘들어 할 것 같아서 모른 척 하거나 얼버무리는 거죠. 정말로 못생긴 사람이 연애에 사무쳐 자가가 정말 못생겼냐고 간절히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가 듣고픈 게 무슨 말인지는 우리도 압니다. 이런 상황에는 ②와 ⑷를 동원해서 적당히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즉 관계에서 불편한 상황이 발생하면 적당히 얼버무리는 정도의 거짓말은 하고 살아도 괜찮습니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상대가 상처를 입을까 봐 말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면 됩니다. 다들 그 정도는 이해합니다.


2.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전략 중, 프로필 사진 파트를 보면 이런 식의 생각이 치고 올라올 것 같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고 말이죠. 사실 프로필 사진을 디자인한다는 건 다분히 목적 지향적이고, 자연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피로를 느끼죠.


사실 인간 심리의 저류에는 ‘타인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해주면 좋겠다’라는 게으른 욕망이 흐릅니다. 이건 게으름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조차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짜증을 내거든요. 그건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조차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언젠가 제 할머니가 해준 말이 있는데 저는 이 말을 참 좋아합니다.


“자기 혀도 씹는 게 사람인데, 다른 사람이 성에 차겠어?”


그래서 명확하게 조언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하고, 꾸미는 건 말하자면 화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남자라면 옷을 잘 입고 머리를 정돈하고 가겠죠. 반대로 여자는 화장하고 올 테고요. 이걸 노력으로 봐야지, 위선이나 기만으로 보면 너무 피로할 겁니다. 그러니 관계라는 측면에서 풍요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다소 피로하더라도 애썼으면 좋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러움과 진실함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노력하고 꾸미는 게 덜 중요한 건 아닙니다. 적어도 그게 제가 생각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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