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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우 Mar 10. 2020

인간관계를 위한 빨간약(25)

[명제  넷, 목적을 드러내지 말 것]

네 번째 명제는 이성 관계를 중심으로 파악해보고자 합니다. 인간관계라는 큰 틀에서 이성 관계가 존재하는데, 양자는 서로 다른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성 관계를 파고들어야 인간관계라는 걸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제를 말하기 전에 하나 묻겠습니다. 혹시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이나 생각을 알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있었을 겁니다. 우리는 왜 내가 관심 있는 상대의 의중을 알고 싶을까요. 착한 분들은 상대에게 더 잘해주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는 상대의 의도, 목적, 생각, 취향을 파악해서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즉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서죠. 제가 이런 주장을 하냐면 만약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닐 때, 우리는 내가 가진 정보를 활용해 상대의 의도를 좌절시킬 수도 있거든요. 예를 든다면 사내에서 나를 좋아하는 남자 사원이 있습니다. 그는 내가 면류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고, 나 또한 그가 나의 음식 기호를 알고 있음을 인지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 사원이 점심에 면류를 먹자고 하면 일부러 안 먹거나, 면류를 싫어한다고 말함으로써 그에게 관심 없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거죠.


앞선 이야기에서 제가 증명하고자 하는 건 우리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우리가 상대 의도를 파악하고 그의 목적을 이루는 데 조력하는 건 나의 행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타인의 정보를 알려고 하는 건, 해당 정보를 이용해 나의 목적을 이루려고 그러는 거죠. 진정한 의미에서 타인을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우리는 나의 행복을 위해 때로는 타인의 목적을 꺾기까지 하죠. 그래서 이런 결론에서 도출된 명제가 바로 이겁니다.



타인에게 내 목적과 의도를 들키는 건 관계에서 도움이 안 될 때가 더 많습니다. 특히 이성 관계에서는 목적이 드러날수록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지거든요. 영화 대부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인 돈 꼴레오네에게 마약상인 솔로조가 찾아와 협상을 시도합니다. 이때 돈 꼴레오네는 마약은 더러운 사업이고 이미지도 좋지 않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절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장남인 안소니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말합니다.


“제 생각을 말하자면….”


그러자 돈 꼴레오네가 안소니를 제지하고 협상 결렬을 선포합니다. 솔로조가 나간 후 돈 꼴레오네는 아들의 뺨을 때리면서 소리칩니다.


“다른 사람에 네 생각을 알지 못 하게 해라!”


며칠 후, 돈 꼴레오네는 솔로조 일당의 암살 시도로 빈사 상태에 빠집니다. 안소니의 경솔한 한마디가 불러온 비극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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