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상상

by 다정한 포비

생각해보니 눈 오는 날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기분이 이상해.


내가 탄 버스는 이대로 강원도 골짜기 어딘가로 향하는 건 아닐까?


눈발은 점점 더 거세지고,

버스는 이제 주변이 온통 하얀 외길을 달리고 있어.


버스 안에는 버스기사와 나뿐이고 정적만 흐를 뿐이야.

버스 차창으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내가 비치지.


그즈음 어딘가에서 나는 내릴 거야.

버스가 황망하게 하얀 김을 뒤로 내뿜으며 서둘러 떠나버리고.


이미 해는 져서 사위가 어둠으로 덮여 있지만, 반사되는 눈의 빛으로 만으로도 앞으로 걸어 나가는데 문제없어.


나는 무릎까지 차오른 눈을 온몸으로 밀어내며 앞으로 걸어가. 한 발을 높이 들어 앞으로, 다음 뒷발을 높이 들어 다시 앞으로 그렇게 주변이 고요한 어느 언덕을 땀을 뻘뻘 흘리며 계속 올라.


발갛게 상기된 두 손이 곱아져서 뜨거운 입김을 호호 불어 손을 녹여보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춥게 느껴지지 않아.


언덕까지 올랐으니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지?


아주 오래전에 읽은 신경숙 님의 [새야 새야] 소설에서 작은놈이 여자와 함께 눈 덮인 산에 올라 어머니 무덤으로 가

그리고 이렇게 말하지


"어머니 작은놈이 왔어요. 열어주세요. 저를 삼켜주세요. "

(미안~ 기억이 잘 안나 ^^;; 많이 틀리다면 미안~ 공포소설은 아니니까 무서워마~ 소설에서 작은놈과 큰 놈이라는 호칭이 나는 참 좋더라)


나는 어디로 갈까?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


너는 어디로 가고 싶니?


상상력이 짧아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가야겠다.

이제 그만 눈 덮인 언덕에서 내려와서 따뜻한 아랫목이 있는,

목구멍 칼칼해지는 시원한 귤이 있는 집으로 가자!

(이왕이면 비료포대를 타고 내려가자~)


오늘 마지막은 신경숙 님의 [새야 새야] 중에서 발췌하여


"살아가는 것이 슬픈 생각이 든다. 당신도 그러겠지만 슬퍼도 당신은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졌으면 한다. 이 돈으로 기차를 타고 먼 데루 가라. 그리구 행복하여라"


아니야. 아니야.

혼자 떠나지도 말고 혼자 산에 오르지도 말고 우리 그냥 여기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