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어제는 아드님이랑 둘이서 아침 일찍 일을 보러 나갔다가 분식점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홀린 듯이 아드님이 사자고 하는 케이크를 사고, 과일 탕후루를 사고, 수입 불량식품을 사는 등의 잡다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는 가족끼리 모여 조촐한 식사를 했는데 우당탕탕 살짝 언쟁이 있었다. 십 분이면 종료되는 우리 가족의 언쟁은 돌이켜보니 꽤 생산적이다. 서로에게 서운한 점, 불만인 점, 바라는 점이 건의사항처럼 터져 나왔고, 아드님은 조금 눈물을 흘리는 듯하더니 의젓하게 중재를 하기도 했다.(결론적으로는 가족일에 관하여 남편이 상당 부분 마음을 쓰고 수고하여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깔끔하게 패배 인정) 우리는 야식을 뿌시고 케이크에 초를 켜고 급 친한 모드로 돌입하여 함께 캐럴을 부르고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잠이 들었다.
이제 어린이가 아닌 아드님은 '6학년 때에는 어려서 산타할아버지의 소중함을 몰랐기에 제법 철이 든 올해 마지막으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받고 그 고마움을 감사하게 느끼고 싶다'라는 이상한(?) 논리를 펴서 산타할아버지의 마음을 감동시킨 것 같았다.
그리하여 밤 사이에 산타할아버지가 우리 집에 다녀가셨다. 산타 할아버지가 매년 잊지 않고 우리 집에 찾아오시는 비결은 밤 중 절대 깨지 않는 아드님의 깊은 잠에 있겠다. 산타할아버지는 '나이키 에어' 신발을 선물로 두고 가셨다.
오늘 아침에는 성탄 미사를 다녀왔다.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무척 감사하게도 마음이 기쁘게 가득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성당에서 색이 고와서 먹기도 아까운 예쁜 떡을 주셔서 사진으로 남겨 두었다.
아침 식사로 오래간만에 김밥을 쌌는데 깻잎과 참치의 조화가 신의 한 수였는지 한 줄 싸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매직이 일어났다. 입속으로의 이동속도가 너무 빨라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다.
오후에 이케아 구경을 나선 우리는 우리 집의 새로운 모토가 된 '예쓰 금지(예쁜 쓰레기 금지)'의 이념에 충실하여 '채소탈수기'와 다회 사용이 가능한 '실리콘 덮개'등만 구입하고(서울로 이사 온 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강제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되었다),
디저트로 애플파이 가게에서 옥수수파이를 제일 맛있게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함께한 커피도 아주 좋았다!)
그리고 지금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마음도 몸도 추웠을지 모를 여러 상황들과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잊고 있던 불안도 마음속에서 다시 불씨를 일으켰다.
이제야 고백하지만 나는 망할 징크스가 있어서 좋은 말, 긍정적인 말, 괜찮다는 말을 선뜻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당신에게 말로 하고 싶은 세상에 온갖 좋은 말들, 힘을 주는 말들, 내 마음을 받아주세요.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아기 예수님의 탄생의 기쁨을 한번 더 마음에 새기고 그 기쁨 안에서 어떻게 노력하며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