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오늘의 냉털

(냉장고 털기 성공)

오늘 아침은 아주 만족스러운 냉털(냉장고 털기)의 완성이었다.

정월대보름에 만들어 두었던 각종 나물에 반숙 계란프라이를 얹고 들기름을 쓱 한바퀴 둘러 달짝지근한 고추장에 비벼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지난 일요일 정월대보름을 아무 준비 없이 맞은 나였지만, 다행히 나에게는 엄마표 갖가지 말린 나물이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깨끗하게 바싹 말려진 가지, 고구마줄기, 고춧잎을 미리 물에 대여섯 시간 불리고, 그러고도 질긴 식감이 남아 있는 나물은 뜨거운 물에 데쳤다.

나는 나물 무치는 법을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데친 나물에 국간장, 들깻가루, 다진 마늘, 고향의 맛 가루(?)를 조금 넣고 들기름에 들들 볶으면 꽤 그럴싸한 맛이 났다.

모두 동일한 양념에 볶는 나물이지만, 각각의 식감과 독특한 향이 있어서 다 다른 맛이 났다.

고추장에는 별다른 양념 없이 매실청 약간에 깨소금만 섞어도 맛있는 매콤 달콤 비빔 고추장이 완성되었다.

비록 중학생 아드님이 말린 가지의 식감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남편은 건강식이라며 무척 맛있게 먹었다.

나도 한 해의 첫 보름날을 주부로서 잘 치른 것 같아 뿌듯했다.

부럼 역시 준비해 놓은 것이 없어 대체용으로 피스타치오를 세 톨씩 까먹었다. (좋았어! 눈치 못 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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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 중에 남편이 갑자기

"여보 왜 이렇게 착하게 생겼냐?"라고 물었다.

나는 "멍청하게 생겼다는 소리 아냐?"라고 되물었다.

남편이 아니라고 말하며 마저 식사를 하다가 마침 생각이 났다는 듯 덧불였다.

"아! 살이 쪄서 눈 밑에 볼이 둥그렇게 올라와서 그렇구나! "

"뭐냐? 욕이냐?"

기분 이상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