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충전

by 다정한 포비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두어 시간 정도의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지난주에는 한 번의 회식이 있었고(다음날 목이 쉬었다), 금요일에는 여계장님들과 주꾸미와 닭갈비로 점심을 먹었고,

목요일에는 어르신 민원인과 한 나절을 함께 했다.

입으로 내뱉을 말들은 이미 충분히 내놓았다.


오늘 토요일은 아드님은 축구 가고 남편님은 회사 가고, 그 참에 나도 사무실에 나가 일하려고 했는데 그만 낮잠이 들어버렸다. 자면서도 내 코 고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릴 정도로 고단한 잠이었다. (그 정도면 나지막이가 아니겠구나)


덕분에 덤으로 갖게 된 시간.


나는 흐느적거리며 일어나서 포트에 물을 올렸다.

잔뜩 흐린 이런 날엔 홍차가 제격이다. 냉장고에서 식빵과 딸기잼을 꺼내 딸기잼을 듬뿍 올려 먹었다.

(사실은 무식하게... 알면서~)


그래도 홍차는 우아하게 마셨다. 카페인 때문에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홍차는 녹차보다 성숙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이름도 따뜻하다.

홍차양. 홍차군. (아이~좋아라~)


언제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캐스트에서 작가님도 대외적인 활동 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고 하셨다.

사실 그때 나는 나의 성향을 깨달았다.

서른 중반이었나 보다.

그전까지 나는 내가 외향적인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실은 찐 내향적인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저녁 약속 세 개이면 부담스러워 죽는, 그런데 막상 나가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몸을 불사르는, 밖에서 누가 안 건드리면 말 한마디도 안 하고 버틸 수 있고, 심지어 요즘은 여러 사람이 시선이 집중되면 부끄러워 죽겠다.


그렇지만 회사에서는 늘 웃으려고 애쓴다. 유머만큼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즐거운 윤활유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유머와 애드리브 그리고 진심을 담은 웃음을 장착한다. (사랑해요. '유머님')


사실은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다.

(쓰고 나니 더 그렇네. )


오늘도 내면의 여유를 꽉꽉 채우는 충전의 시간을 잘 보냈다. 일주일치 충전 완료다.


김영하 작가님도 지금은 내면의 시간을 충전하시는 시간일지 모른다. 사실 팬인 나는 작가님의 근황이 무척 궁금하다.

작년에 작가님 실물을 두 번이나 뵈었더니,

마치 다정한 성격의 존경하는 회사 우두머리처럼 작가님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내가 미쳤나 보다.


궁금한 마음에 며칠 전부터 작가님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도 일종의 팬심 충전이렸다.


행복하소서.


모두.


모두에게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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