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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귀찮은 밤

by 다정한 포비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빛이 눈이 부셔 마지못해 일어난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전혀 없다. 손님도 없다.


아침은 거른다.

(차 마시기도 귀찮다)


소박한 정원에 나간다.

벚꽃 없다.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소란스러워질 것 같다.)

한편에 키 작은 조팝나무 무리, 라일락이 있다.

텃밭도 없다. (안 한다 일)


어디든 등을 기대고 앉아 그저 가만히 있는다.


재즈가 계속 흐른다.


그러다 존다. 꾸벅꾸벅.


허기가 지면 볶음 김치와 콩자반 반찬 두 개만 차려 놓고 흰밥에 물을 말아 가볍고 맑게 끼니를 해결한다. (고상한 것도 귀찮다)


완벽하게 무료한 오후다.


고추잠자리랑 무당벌레가 놀러 왔으면 좋겠다.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바라본다.


어디선가 아궁이 불 때는 냄새가 난다.


담요를 덮는다.


하루가 간다.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


풀벌레 소리가 들린다.


앗! 저기 반딧불이가 날아오르네!


내일 할 일도 역시 없다.


그저 공기 같이 편안한 손님 한 분이 오실 같다.


'그나저나 오늘 커피는 마셨던가? 까먹었네' 생각이 든다.


(만사가 귀찮은 밤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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