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아드님이 중간고사를 잘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드님 공부에 열성적인 엄마도 아니고, 그동안 아드님도 공부에 있어서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하지만 인생 첫 중간고사라니 아드님도 꽤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이었다.
나는 회사이니 만큼 세상 고상하고 얌전한 목소리로 "엄마 아빠는 점수와 상관없이 아드님을 정말 사랑해. 우리 점심 맛있게 먹고 월요일 시험 열심히 준비해 보자~"라고 아드님 마음을 도닥이는 말을 했다.
그러나 다음 전화에서 아드님이 구체적인 예상점수를 말해 주는 순간,
"야~ 그래도 그건 아니지~"라는 말과 함께 실소가 터졌다.
'아이쿠야'
점심시간에 직장 선배 남자계장님께 농담으로 말씀드리니 크게 웃으시며,
"야~ 그 정도 점수면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매가 필요한 것 아니야? "라고 하셔서 나도 함께 웃고 말았다.
아드님이 어제 '나혼산'을 보다가 물었다.
"엄마 나는 색으로 치면 무슨 색 같아?"
나는 망설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너는 노란색~ 너는 정말 따뜻해."
아드님이 환하고 수줍은 소년의 미소를 지었다.
매일 하는 아드님에 대한 나의 기도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라서 세상의 빛과 소금과 같은 쓰임 있는 아이로 자라게 해 주세요'이다.
시험이고 뭐고 늦잠 자는 아드님 이불을 추켜 덮어주며 가슴에 보드라운 인형도 하나 안겨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문득 아드님한테 고마웠다.
밥도 내가 하고, 설거지도 내가 하고, 빨래도 내가 하는데 그래도 아드님은 존재 자체가 '감사'이다.
더 사랑하는 내가 또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