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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혼자만의 바다 여행기

행복을 쓰다

by 다정한 포비

700만 원짜리 중고 하얀색 마티즈를 끌고 내비게이션도 없이 혼자 제부도에 갔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땐 운전 실력이 더 형편없었으면서도 무식하고 용감하게 국도의 갈색 관광 안내 표지판만을 의지하여 출발한 여행이었다.


읽을 책 한 권과 아이리버 엠피쓰리, 돗자리와 사과 하나, 베이글과 크림치즈가 준비물이었다.


라디오에서 럼블피쉬의 '으라차차'가 응원가처럼 흘러나왔고, 나는 에어컨의 성능만큼은 최고였던 내 하얀색 마티즈의 핸들을 두드리며 아마도 노래를 따라 불렀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이 선명한 누리끼리한 서해 바닷물에 손도 담그고 해변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괴고 혼자 멍하게 바다를 바라보았다.


머리 위로 정오의 태양이 눈이 부셨다.


주섬주섬 가방에서 책과 사과 하나를 꺼내 사과는 한 입 베어 물고 가져온 책을 읽었다.

(아... 그렇지만 여지없이 곧 또 잠이 몰려왔다)


결국 나는 책을 펼쳐 얼굴에 덮고 한낮의 낮잠에 빠져들었다.


파도 소리, 내 얼굴에 닿은 책의 맨들 거리는 속살 감촉, 달콤한 졸림


바야흐로 2005년 여름의 한 중앙이었다.




생각이 차서 넘치고, 행사와 해야 할 일들에 종종거린 지난 한 주였다. 글을 쓰다 지우고 그러다 잠이 들기를 반복하다 결국 글 하나를 못 올렸다.


사실은 조금이라도 내 마음의 요동이 남에게 전파될까 우려되었다.


그러다 문득 반대로 행복하고 달콤한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쓰려니 달콤한 이야기도 쉽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렇게 해서 '나의 첫 혼자 여행기'를 올려본다.


겁 많고 소심한 나에게 그것은 무척 과감하고 용기 있는 여행이었으며 그래서 그런지 더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 여행이다.


사실 그때의 내 마음은 젊었고 시끄러움의 연속이었는데, 어찌 되었든 그 시간은 다 지났다. 그렇지. 다 지나가고 말았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그 행복을 의심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가슴 벅차게 흠뻑 누리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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