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반 퇴근 후에 오래간만에 가족들과 평일 저녁을 함께 했다.
사실은 일을 조금 더 하고 퇴근하고 싶었는데, 야근에 대하여 요즘 가족들의 원성이 자자하여 마음을 접고 컴퓨터를 콱 끄고 퇴근을 했다.
아무래도 일과 시간 중에는 회의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전화도 받아야 하니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어렵다.
자질구레하게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서무(庶務): 특별한 명목이 없는 여러 가지 잡다한 사무, 또는 그 일을 맡아보는 사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하나씩 정리하며 시작한다.
서무 업무에 대하여 나름 팁이 생겼다면,
해야 할 일들은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달력에 적어 두는 것이다.
수시로 달력을 보면서 그날 해야 할 일들의 선후를 정하고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을 먼저 처리한다.
처리를 마친 업무는 달력에 연두색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해야 하지만 다음에 처리해도 될 업무는 파란색 형광펜으로 표시해 둔다. (어쩐지 빨간색 형광펜은 쓰지 않게 된다. 아이고 소심이 ^^;;)
그리고 빠트린 일은 없는지, 내일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점검하고 퇴근한다.
이 업무는 메모와 기록이 중요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과시간 후 인적 없는 빈 사무실에서 조용히 집중하며 일하는 시간이 나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다.
또, 이미 여러 번 겪은 언제 들어올지 모를 업무 변수에 마음이 조급해져서, 내일 해도 될 일도 야근을 하며 오늘 처리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야근도 습관이고 성격이라고...
하반기부터는 줄이려고 노력하겠다.
저녁을 먹고 초저녁 잠이 들었다. (몸에 안 좋은 걸 아는데도 요즘 정신없이 지내온 것 같아 마음을 내려놓고 잠을 청했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잠이 깬 나는 저녁 설거지를 하고, 물병에 보릿물을 채우고, 쌀을 씻어 안치고, 내일 끓일 미역을 불렸다.
날이 더워 요즘 기운이 없는 '마리모' 친구들 물도 갈아주고, 싱크대도 박박 닦았다. 싱크대를 닦다가 문득 이 느낌이 생소해서 요즘 좀 정신없이 지내느라 집안일을 돌보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속이 미적지근하게 쓰려와서 위장약 두 알을 삼켰다.
요즘 건강 관리에 너무 소홀했다.
작년보다는 분명 더 나은 상황이지만, 모쪼록 나에게도 여유가 좀 생겼으면 좋겠다. (성격부터 고치자)
이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