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의 고백

by 다정한 포비

무슨 무슨 설명회에 갔다.


입구에서 내로라하는 지위의 사람들이 얼굴에 반짝이는 세련미를 발산하며 사람들을 맞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고집스러운 오기가 생겨나서 덩달아 나도 어깨를 쫙 펴고 도도한 마음이 장착되었다.


행사가 끝날 무렵에 나는 7시 미사에 참석하러 바로 성당에 갔는데, 곧 작아졌다.


찰나의 교만이 부끄러워서 잠시 동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성당에 가면 진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한 주간 미워하고 탓했던 사람도 내가 과연 비난할 자격이 있었던가 반성하게 된다.


성당에 가면 제대 중앙 십자가의 예수님을 뚫어지게 뵙고 오는데, 고개를 숙이고 경배도 하고 묵상도 하지만 그보다 십자가의 예수님을 무한정 나의 두 눈에 오래오래 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시작은 내 마음이 견딜 수 없이 힘들 때부터였다. 내가 이렇게 힘이 드니 당신께서 나를 구해주시라 청하며 예수님을 간절하게 바라보는 억지스러운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평소 나는 어린아이 같이 유치하게 청하기만 한다. 나의 불안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주님께 내보인다.


이렇게 한없이 부족하지만...


또 그런 나를 어린아이 달래 듯 함께 동행해 주시리라 조심스럽게 믿어본다.


(아이쿠 이것 참.

제 멋대로의 신앙이네...)


미사 중에 신자들은 '평화를 빕니다'하고 서로 인사를 한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평화를 빌어주고 또 나의 평화를 빌어주는 그 마음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사 예식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의미 있다.


나는 성당에 가면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감격스럽게 벅차기도 하다

그러다가 응석받이 어린이도 된다.


오늘은 전부터 쓰고 싶었던 내 신앙을 써본다. 내가 틀렸을까 봐 겁이 나고 부끄럽지만...


여기에 부족한 신앙인의 소박하고 행복한 기쁨을 고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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