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

by 다정한 포비


호텔, 새벽에 아드님이 아빠가 코를 너무 골아서 시끄러워 못 자겠다고 나를 흔들어 깨웠다.

"엄마도 코 골디?"하고 잠결에 물으니

"엄마도 골아"라고 시크하게 대꾸한다.


내가 코를 곤다고?

그럴 리가? ^^


남편의 대단한 코골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문득 결혼생활 15년이 넘도록 내가 남편 코 고는 소리에 깨본적이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탄했다.


내 둔한 기질이 대단한 거였네!

가정의 평화 유지에 크게 한 몫하고 있었어!


이야기를 시작한 김에~


어제는 해수욕장에서 호텔로 돌아와 씻고 다시 주변 구경을 나가려는데, 아드님이 자기는 피곤해서 못 나가겠다고 침대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는 척을 했다.


"여보~ 규리(아드님 애칭) 못 나가겠다는데?"라고 내가 말하니 남편이


"괜찮아~ 내가 웃겨 주면 금방 일어날 거야~"라고 눈을 찡긋했다.


고개를 돌려 아드님을 보니 아빠 말에 벌써 웃음이 터져서 웃고 있었다.


가끔 우리 세 식구는 조금 유치하지만 셋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웃음 참기 내기를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앞니에 김을 크게 붙이고 헤벌쭉 웃는다거나(주로 남편이 한다) 넓은 이마를 깐다던가(이것도 남편이 한다) 세상 제일 못생긴 표정을 짓고(이건 아드님, 난 고상한 사람이라 그 방면에 재능이 없다) 상대방을 웃기게 하는 것이다.


내기의 최강 승리자는 주로 남편이고, 아드님은 거의 배꼽이 빠지고, 나는 꼴찌다. (아이러니하게 웃긴 사진 최강자는 나다)


나는 이런 유치한 게임을 하자고 하는 남편에게 대단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데, 생각보다 소소한 행복감을 준다.


웃기기로만 따지면 100점 만점 중 70점 고득점의 개그 가족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암막커튼으로 깜깜한 방안에, 아직 자고 있는 식구들 숨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오고, 락스 냄새가 살짝 나는 포시락 포시락 호텔 이불의 시원한 감촉이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낯설고 그리운 기분이 들게 했다.


문득 7년 전 즈음에 시카고 호텔에서 맞았던 한 겨울의 아침이 생각났다.

아침에 방안의 암막 커튼을 걷었을 때, 눈앞에 보이는 커다란 빌딩 숲 사이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아오... 진짜... 심장 어택이다.)


자! 일어나세요! 일어나!

이런 감상적인 기분은 어울리지 않아!

어제 하루 휴가를 내서 사무실에 일 폭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긴장하라우!


일단...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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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으로 해장국 맛집을 검색해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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