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저녁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를 열었더니, 아침에 아드님 먹으라고 준비해 놓은 피자 토스트가 접시 째 그대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아드님은 오전에 혼자 매운 짜장 라면을 끓여 먹고 오후에는 마라탕을 배달시켜 먹었는지 그 모든 자극적인 음식들에 배가 아프다고 누워있었다.
나는 화가 났다.
(걱정이 되었다가 내 본심이었겠지)
카레와 어묵탕과 피자 토스트를 만들어 놓고 출근했는데 내가 해 놓은 음식은 먹지도 않고 몸에 안 좋은 음식들만 골라 먹어 배가 아프다는 아드님에게 나는 화가 나서 잔소리를 시작했다.
"엄마가 해 준 음식에 문제 있어? 왜 엄마가 해 준 음식은 안 먹고 몸에 안 좋은 것만 골라 먹어! 네가 그러면 엄마는 아침에 뭐 만들 의욕이 안 난다고!"
아까 마신 맥주 한 병에, 피곤에, 가벼운 두통까지 더해지니 잔소리가 술술 터졌다.
아드님이 "엄마 화 좀 그만 내요! 엄마가 해 준 음식 아침에 먹었어요! 그리고~"
그때 아드님의 일신상의 문제를 본인 인생 최대의 화두로 삼고 있는 남편이 가세해서 잔소리를 시작했다. 시작은 아드님 편식 문제였지만 곧 나에게도 화살이 쏟아졌다.
남편은 회식하느라 늦은 내 대신에 빨래를 하고 건조기를 돌리고 있었는데, 오늘 욕실에 수건이 다 떨어진 상황과 최근 계속해서 건조가 다 된 빨랫감을 본인이 도맡아 정리하는 상황에 대해 갑자기 나에게 잔소리를 시작했다.
나는 남편에게 다음부터는 내가 다 할 테니 절대 손대지 마시라며 강하게 응수했다.
그날밤, 우리 셋은 그렇게 문 닫고 등 돌리고 잠이 들었다.
평소 아침 같으면 좋은 하루 보내라고 포옹해 주던 남편이 오늘은 아무 말 없이 출근을 했다.
'단디 삐졌나?'
나는 일어나서 두부를 가득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고 어머님이 만들어 주신 갈비를 굽고 두부로 만든 비건 너겟을 에어프라이에 구웠다.
아침을 만들며 나는 아드님을 생각했다.
혼자 음식을 데워 먹는 아드님,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이 한정되어 있어 이제는 지겨울 법한 모든 메뉴들, 게다가 어제는 아침에 내가 차려 놓은 음식도 한 끼 먹었다는데 내가 안 먹었다고 오해까지 해서 잔소리를 퍼부었으니 아드님은 억울할 만도 했다. 미안했다. 나는 자고 있는 아드님에게
"엄마 회사 다녀올게. 사랑해 아들~"하며 볼을 쓰다듬어주고 출근했다.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책을 보고 있는데 몸이 쑤셨다. 잠깐 잠이 들었다가 다리가 묵직해서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정성스럽게 꼭꼭 다리를 주물러 준다. 남편은 타이레놀 한 알과 물 한잔을 떠다 주고, 저녁 설거지를 정리하고, 분리수거도 처리했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아드님이 갑자기 뛰어 오더니
"엄마! 아빠가 건조기에서 빨래 꺼냈어~빨리 나와서 개는 척 해~"라며 나를 불렀다.
나도 맞장구치며 뛰어나가니 아드님이 먼저 앉아서 수건을 개기 시작했다. 나는 아드님이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왔다. 베란다에서 들어온 남편도 우리의 급 상황극에 웃음이 터졌다. 나는 아드님과 나란히 앉아 빨래를 갰다. 아드님은 최근에 무척 심각했던 고민에 대해 조금 여유를 가지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자려고 누운 남편에게
"여보 덕분에 오늘 저녁은 푹 쉬었어 고마워"라고 말하니 자신은 한 게 별로 없단다.
언제나 스위트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우리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