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은은하게 내려앉은 텅 빈 성당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한다. 기도나 묵상은 잘하지 못하지만 가만히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욕심쟁이같지만 무슨 답이 나올 것처럼 속으로 계속 그분께 말을 건다.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해서 마음이 자주 깜깜해지는데, 그런 날 중에 한 번은 작은 성당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혼자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저기 앞에서 인기척이 났다.
신부님이셨다.
신부님께서 어둠 속에서 혼자 기도하고 계셨다. 기도하는 내내 혼자가 아닌 느낌이 들었다.
나는 나의 신앙이 늘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말 하느님이 계신지 아직도 의심의 마음이 자주 든다. 한 번은 그런 의심의 마음을 고해성사 때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신부님께서 오래오래 힘이 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겪었을 때마다 함께 해주신 그분을 생각해 보라는 말씀이셨다.
정말이었다.
절망으로 앞이 보이지 않던 그 순간에도 나는 한 번도 혼자인적이 없었다. 나 혼자서는 절대 넘을 수 없었던 그 시기에 분명 그분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작고 소중한 확신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또 기타 등등 여러 일들로 무척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엄마는 밤마다 우리 오 남매를 모아 놓고 묵주기도 5단을 바치셨다.
생각해 보니 우리 오 남매는 참 착했다. 무려 40여분이 넘는 시간을 초중고생이 옹기종기 모여 한 번의 말대꾸 없이 기도했으니 말이다.
비록 꾸벅꾸벅 존다던가, 맞은편 거울을 본다던가, 코를 판다던가, 기도하다 갑자기 눈이 맞아 키득 웃는다던가 기도하는 태도는 제각각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참 따뜻한 시간이었다.
기도 중에 우리는 때때로 성가도 불렀는데 엄마가 그때 가르쳐준 성가는 지금도 나의 미사 참례에 큰 밑천이다.
그런데 엄마가 가르쳐준 성가는, 때때로 악보와는 조금씩 다른 박자와 음정이어서 종종 나를 당황케 한다. 엄마 느낌 그대로 성가책을 안 보고 씩씩하게 불렀다가는 부끄러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오늘 미사 마침성가도 역시 엄마가 즐겨 부르던 성가였는데, 박자와 음정이 엄마가 부르던 곡과 조금씩 달라서 나는 결국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옆에서 엄마가 조금 틀린 음정으로 성가를 부르는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우리 엄마 역시 대단해. '
엄마랑 함께 미사에 가면 미사 중에 평화의 인사를 할 때마다 손을 덥석 잡아 쥐고 '평화를 빕니다'라고 환하게 인사해 주신다. 그 순간이 좋아서 서울로 이사 와서는 미사 때마다 엄마의 평화의 인사가 그리울 때가 있다.
다행히 요즘은 가뭄에 콩 나듯 미사참례하는 아드님이 옆에 있어 나도 우리 엄마처럼 아드님 손을 덥석 쥐고 함박웃음으로 평화를 기도한다.
방금 미사 다녀와서 글을 씁니다.
길어졌어요.
여러분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