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엄마 생각이 나

by 다정한 포비

몸살이 나서 저녁 안 먹고 누웠는데, 시어머님이 아플수록 잘 먹어야 한다고 죽과 김치, 김으로 저녁을 차려 주셨어요.

사실 진짜 저녁 생각이 없었는데요.

감사한 마음에 일어나 먹었어요. 죽도 먹고 약도 먹었어요.


저녁 안 먹고 잠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 마음은 시댁이나 친정이나 똑같은 것 같아요.


갑자기 어렸을 때 엄마와의 일화가 하나 생각이 났어요.


하루는 저녁을 안 먹고 초저녁 잠이 들었는데 깨어보니 한밤중이었어요. 배는 안 고팠는데 괜히 자는 엄마를 깨워서 '저녁 차려 주세요'라고 했어요. 아마도 혼자 잠에서 깬 밤에 헛헛한 마음이 들었나 봐요.


엄마가 물에 밥을 말아 김치랑 함께 쟁반에 차려오셨어요. 오 남매가 머리를 한 방향으로 주욱 누워 자고 있는 캄캄한 밤에 머리맡 한쪽에서 스탠드 불에 의지해 저는 때 늦은 저녁을 먹었어요. 기억에 먹는 내내 엄마가 옆에 있어주신 것 같아요.


우리 집은 양계장을 했는데, 엄마가 도맡아서 일을 다했어요. 게다가 엄마는 오 남매 살림에 도시락에 빨래에 늘 바빴어요. 불평 한 번 없이 엄마는 고단한 삶을 살았지요.


그래서 늦은 밤 엄마가 주무시다 깨서 나만을 위해 차려주신 그 소박한 밥상은 더 오래오래 기억이 남는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요.

저 혼자 큰 줄 알고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안 해요.


아이쿠야!!


아프니까 정신이 차려니네요.


모쪼록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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