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9. 25.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아침에 찌개를 끓이다가 된장이 담겨있는 2리터짜리 강화 유리병을 와장창 깼다.
"지금 내 손에서 미끄러지는 이 유리병이 정말 깨진다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그 짧은 찰나의 순간에도 의심의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쾅'하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 깨진 유리병 파편과 된장덩어리 잔재는 눈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벌어진 참사를 어이없이 바라보면서 묽은 고추장이 아닌 것이, 이제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었던 된장인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이 된장 다 먹으면 이 병은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그냥 보관하기에는 수납공간이 좁으니 잘 닦아서 매실청을 담아둘까?'
불과 이틀전만 해도 묵직하고 듬직한 이 잘생긴 유리병을 보며 이다음 용도를 계획했었는데, 내 소소한 계획이 무색하게 한 순간에 깨져버린 유리병은 한 치 앞도 예견할 수 없는 우리네 인생을 아침부터 생각하게 했다.
이 주 전에도 분리수거를 하다 음료수 병을 깨서 아주 애먹었었는데, 이번엔 더 큰 병을 깨서 기록해 둔다. 무시무시한 유리 조각들을 두 번이나 만나니 정신이 바짝 차려져서 들기름병, 참깨병, 유리병이란 병은 다 신중하고 소중하게 다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