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극도로 싸움을 싫어한다.
큰소리가 나는 상황에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대방에게서 비난받는 것도, 쓴소리를 듣는 것도 두려워한다. 그래서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때로는 부탁하는 것도 어려워서 내가 직접 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딘 성격이라 다른 사람들의 단점을 발견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크게 노여워하지 않으며 힘을 쓰는 노동을 어려워하지 않는 데다 서운한 것도 금세 잊어버려서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에 비해 속병이나 화병이 없는 편이다.
그렇지만 친한 지인은 내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중요하게 큰소리를 내야 할 때에도 참기만 한다고 따끔하게 조언했었다. 사실은 참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숨었을지도 모르겠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도 상대방이 상처받을 까봐 속으로 삼키는 내가 오늘은 비겁하게 느껴졌다. 비겁한 마음이 부끄러워서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사람도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 '내가 좀 참으면 되지.' '내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무척 속상할 거야. 그러다 사이가 어색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
난 늘 이런 식이었지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지적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기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그 피해가 나에게만 국한되는 것이면 그나마 참을 수 있겠지만, 소중한 사람들에게까지 미친다면 나는 그 껄끄러운 상황을 절대 도망쳐서는 안 된다.
나는 내가 '너그러움'과 '용기 있고 지혜로운 지적' 사이에서 굳은 심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너그러우면서도, 진중하지만 무겁지 않게 야단을, 중요한 점을 부드럽게 지적을, 꼭 필요한 지혜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은 아직도 내가 앞으로 용기를 낼 수 있을까 가슴이 쿵쾅거리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은 지켜내려면 더 이상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더 씩씩하게 마음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