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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안녕하십니까?

2024년 10월 어느 날 일기

by 다정한 포비


가끔 여기저기서 내가 쓴 일기 메모들이 튀어나온다.

‘짜잔~ 나 여기 있었어!’

지난주에는 가방 안 플라스틱 파일 속에서 작년 10월에 쓴 일기 한 장을 발견했다.

분명 내가 쓴 내 일기인데 무척 생소하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영처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 든다.




' 거기 안녕하십니까?'


양치 거품을 가득 물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시공간을 초월한 어느 미지의 대상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 거기 안녕하십니까?'


나는 예전부터 무의식적으로 이 질문을 여러 번 속으로 되뇔 만큼 좋아했다.


이게 무슨 쓸데없는 생각가 웃음이 피식 터졌지만 가슴은 두근거렸다.


' 거기 안녕하십니까?'


2024년 10월을 살고 있는 나는 비록 구차해서 미지의 누군가를 향해 안녕하시냐고 묻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렇게 묻는 내 마음에는 거기 당신이 안녕하면 나도 왠지 다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이다.


여기 삶이 초라해도 나이 마흔 중반을 넘긴 성인 여성이라면 자기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안다. 모든 것을 훌훌 떨쳐버리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릴 용기는커녕 무모함도 없다. 오히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신중함만 커졌을 뿐이다. 그래, 지금의 초라함이야 나중에 돌이켜 보면 분명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상황이겠지.


어제는 새벽에 비가 내렸는지 아침부터 날이 흐렸다. 바람도 불었다.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검은색 백팩을 끌어안고 쭈그려 앉아있는데 또 인생의 거대한 장벽에 앞이 가로막힌 기분이 들었다.

흐리멍덩한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이 거대한 인생의 장벽을 나는 넘어설 수 있을까?


갑자기 차라리 포기해 버리고 만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20대일 때 유명 여배우의 비보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돈이 그렇게 많은데 무슨 걱정이람. 하와이로라도 떠나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그때는 그녀의 죽음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물질과 도피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삶의 비밀을 알렸다.

그것은 ‘굴레‘ 였다.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


요즘은 견뎌내는 일상이었다.

나는 견뎌내는 일상이 아닌 나아가는 일상을 싶다.

내가 아래로 아래로 침체되는 이유는 발전이 없어서 일 것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꼭 이야기를 써야겠다.


허무에 매몰되지 않도록.


적금을 붓듯 천천히.




직장생활 고민이 긴 일기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2025년 오늘의 나는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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