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명예퇴직 전날 밤
명예퇴직 전날 밤
내일이면 안녕이다.
공무원 인연은 여기까지이다.
내가 다니던 조직의 세콤에서 내 지문이 삭제되고 내가 매일 드나들던 직원용 통로는 외부인인 나에게는 출입이 제한될 것이다.
공무원증을 반납을 앞두고 신분증을 목에 걸고 내가 느꼈던 자부심, 소속감, 안정감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작년에 서울시에서 위급 재난 문자 오발령을 했을 때 나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위급 재난 문자를 받고 전쟁이 난 건 아닌지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뉴스를 보며 나는 남편에게 아이를 데리고 둘이 대피소로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편이 “너는?” 하고 물었을 때 나는 공무원이니 얼른 회사로 가 응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수십 년간 국가 재난에 대비해 공무원으로서 을지훈련 때마다 비상소집 훈련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얼마나 울었는지, 얼마나 가슴이 아팠는지, 얼마나 후회했는지 그때 너무 다 아팠던 건지 오히려 지금은 덤덤하다.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수많은 나의 감정들과 새로운 일상에 대해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너무 느리고 앞으로 뭐 하나 잘할 자신도 없지만 적어도 나의 내면의 소리와 감정에 솔직하게 용기 내어 응했다는 점에 100점 만점에 30점을 준다.
나머지 70점은 앞으로 채워 가야지.
자신은 없는데 크게 불안하지도 않다.
그럼 이제는 안녕을 말할 시간.
안녕!
뜨겁게 사랑하고 미워했던 내 직장아.